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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22. 2020

"저는 의사이고, B형 간염 보균자입니다."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음에 깊이 무능력을 통감합니다


2017년 5월 어느 날 이메일 함에서  '간염퇴치에  관심'이라는 제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보낸 사람이 모르는 남자 이름인데, 이 제목 때문에 낯설게만 보이진 않았다. 아니, 반가웠다. 왜냐면 내가 얼마 전에 'B형 간염 항원 소실'에 관해 블로그에 쓴 글이 생각나서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간염 보균자로서 보낸 공감글일 가능성이 있었다. 간염 퇴치에 관심이라, 기대하며 나는 메일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꿀벌님

저는 어제 진료실에서 꿀벌님 블로그에 올리신 '주홍글씨를 떼다'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고 오늘 아침 시간에 쪽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우선 간암 수술까지 받고 많은 고민하심에 깊은 공감 하였고요.

정말 진심으로 항원 소실됨에 축하드립니다.

물론 s 항원 소실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저는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 제거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의사입니다.

우선 저 자신도 병원 근무하면서 환자분에게서 채혈하다가 전염된 거로 보여 B형 간염 보균자가 되었답니다. 저희 집안은 수직감염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꿀벌님께 이멜로 인사드리는 것도 의사로서  부끄럽지만 현재까지도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음에 깊이 무능력을 통감하면서 앞으로 꿀벌님께 바이러스 제거에 관해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중략)

의사이든 아니든 환자분들을 자비로이 사랑하는 맘으로 꿀벌님께서 체험하신 효소단식의 B형 간염 바이러스 제거라는 소중한 결과를 함께 손잡고 좋은 일 아름다운 일을 하였으면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기를 갈망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


저는 의사이고, B형 간염 보균자입니다.


편지 내용은 한마디로 그런 말이었다. 나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지방 도시의 한 '보균자' 원장과 '항체 가진' 나는 그렇게 온라인 '간 친구'가 되었다. B형 간염 이야기, 소 단식 이야기, 병원 이야기, 의료계 현실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게 일어난 'B형 간염 항원 소실'과 '항체 형성'이 가장 재미있는 소재였다.


간염 보균자가 인구의 10%는 된다는데, B형 간염 보균자 의사인들 왜 없겠는가. 자기 병 못 고치는 의사가 그 한 사람뿐이겠는가. 현직에 있는 의사가 그렇게 꾸밈없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니 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과장하면, 책에서 읽은 의성 히포크라테스가 환생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는 현대 의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의사로서 가장 부끄러운 건 B형 간염을 퇴치할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 자신의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의학 지식과 경험을 다해 봤습니다. 그러나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B형 간염 보균자로서, 스스로를 못 고치는 의사로서, 간염 환자는 받지 않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저 자신에게도 처방하지 않았고요. 간염 환자를 돌려보내는 게 제 마지막 양심이랄까요……."




그는 내가 경험한 산야초 효소 단식을 궁금해했다. 진짜 효과가 있다면 의학 논문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꼼꼼히 관찰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싶다, B형 간염 항체가 생긴다면 논문 쓴다, 단식으로 B형 간염 항체가 생긴 사람 더 알고 싶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서 말했다.


나는 그의 진정성에 설득되었다. 내가 경험한 자연치유 이야기를 공유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유레카!'인 거 같았다. 그는 내게 효소 단식원 전화번호를 받았다. 필요한 도움은 직접 문의하라고 내가 떠넘겼다고 해야 맞겠다. 며칠 후 그는 서천을 다녀왔다며 단식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나는 짝꿍과 함께 여행을 떠나 약속 없이 그의 병원을 찾아갔다. 시내 상가 건물 한 층에, 깔끔하고 현대적인 공간에서 가운 입은 중년의 의사가 우릴 맞았다. 원장실 한편에 산야초 효소 병이 내 눈에 들어왔다. 과연 그는 2목표로 단식을 하고 있었다. 그간 모은 자료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뒤 그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의사로서 부끄럽습니다. 엄연히 있는 치료법을 의사로서 모른다는 것도 죄지만, 환자들을 위해서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먼저 경험하는 거죠. 제게 B형 간염 항원이 소실되고 항체가 생긴다면, 저는 논문을 쓰고 의학계에 알릴 겁니다. 치료적 단식을 어떻게 현대의학에 접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후에도 수시로 연락하는 간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의 단식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해 말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그가 직접 전화로 결과를 알려 왔다.


"꿀벌님~~ 저도 항체가 생겼습니다! B형 간염 항체가 생겼다고요~~~"

"꺄~~~~아악! 축하드려요! 수고하셨어요. 너무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꿀벌님께 감사드립니다. 단식원 원장님께도 연락드렸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누가 의사고 누가 환자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게 벌써 4년 전의 추억이 되었다.


지난겨울 내가 '내 몸사랑 자연치유 여행"으로 두 번째 단식하러 간 날 나는 그와 통화했다. 그는 개인의원을 접고 다른 도시의 시설 원장으로 옮긴 지 제법 된 상황이었다(통합의료 실천 위한 포석이냐고 내가 묻자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가 답했다). 몸을 새롭게 할 때가 된 거 같아 단식하러 왔다는 내게 그는. 아주 잘하셨다, 좋겠다, 라며 인사했다. 논문은 잘 돼 가냐 내가 물었더니 그가 답했다.


아이고~~~ 코로나 때문에 논문은 저만치 밀려나 손도 못 댄 지 오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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