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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22. 2020

B형 간염 보균자 '주홍글씨'를 떼다!

어떻게 내 몸에 B형 간염 항체가 생겼을까?


B형 간염 보균자는 내게 주홍글씨 같은 거였다.


코로나 판데믹 초기, 집단 감염이 나오면, 누군가는 집단 미움의 대상이 되는 수가 있었다. 그걸 보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B형 간염 보균자로 30년 살면서 나도 두려움을 느낀 적 있었다. 혹시 나 때문에 누가 감염되는 거 아닐까, 내게 누군가 손가락질하는 건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었다. 판데믹은 내게 보균자라는 주홍글씨의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폴란드에서 첫 아이 출산 때가 특히 그랬다. 분만이 임박한데, B형 간염 보균자라고 나는 별도의 분만실로 갑자기 이송됐다. 낙인감에 진통이 더 큰 느낌이었다. 둘째 때 역시 보균자 확인이 있었다. 세 아이들은 모두 태어나자마자 B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추가 검사도 했다. 모체 수직감염을 막기 위함이었다.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항체가 있건만, 나는 가족들에게 '감염원'이 될까 의식하곤 했다. 


그렇게 평생 달고 살 운명 같던 주홍글씨가 떨어져 나갔다. 2017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B형 간염 항체(Positive)를 처음 볼 수 있었다. 보균자로 산 지 30년 만이었고 단식 자연식 이후 2년 만이었다. 


혹자는 기적이라 했고 누구는 자연치유의 승리, 또는 면역력의 회복이라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을 게 틀림없다. "내 몸 안에 있는 100명의 의사가 고쳤다." 




실화 영화 <Miracles from Heaven 하늘로부터의 기적>의 도입부에 아인슈타인의 말이 인용된다. 


삶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기적은 전혀 없다고 믿는 삶, 인생의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삶.


모든 장기가 음식을 거부하는 불치병에 걸린 소녀 애나가 나온다. 아이는 배가 임신부처럼 부풀어 아픔을 호소하지만 병원과 현대의학은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다. 어느 날 언니와 놀다가 애나는 100년 된 고목에서 9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아이의 생사를 걱정하며 가족들은 기도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아이는 살짝 외상을 입었을 뿐 멀쩡하다. 그 후 기적처럼 애나는 불치병에서 회복된다. 


주치의 누코벨 박사는 애나의 위, 대장, 소장이 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말한다. 

"어쩌면 땅에 머릴 부딪치면서 중추신경계가 활성화됐을 가능성이 있죠. 컴퓨터가 재부팅되듯……..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사례들을 의사들은 자발적 차도(Spontaneous Remission)라고 보통 일컫죠."


자발적 차도(Spontaneous Remission), 또는 자발적 회복이란, 설명할 수 없는 원인으로 병이 스스로 낫는 현상을 말한다. 암에서는 항암제나 방사선 같은 기존의 암 치료 양식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암이 사라지는 경우다. 암의 자발적 퇴행이라고도 한다. 현대의학은 철저히 과학만 인정할 것 같지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음도 인정하는 게 재미있다.




내가 만약 암 수술 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그 약을 지금도 계속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다. 평생 먹는 거니까. 그리고 내 몸은 여전히 '보균자'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한 간학회 '만성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경구 항바이러스제 처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항바이러스제는 구조식에 따라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각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은 또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제픽스, 세비보, 레보비르, 바라클루드, 헵세라, 리비어드. 이 많은 항바이러스제간에 교차 내성이 생기면 다시 내성 발현을 막는 병합투여를 고려하라는 식이다.   


항바이러스제를 계속 먹으면 B형 간염이 치료되는가? 답은 이미 '아니'로 나와 있다. 바이러스를 제거할 순 없고 바이러스 농도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시도가 항바이러스제이기 때문이다. 본격 B형 간염만 다룬 책 현철수의 <B형 간염의 치료> 역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가지가지 항바이러스제를 소개하며 책은 솔직히 현대의학의 한계를 이렇게 인정한다.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존재하는 한 간을 손상시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간에 지속적으로 손상이 가해지면 간염 및 간경화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농도를 낮추는 치료 방법으로 이러한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면 간암의 발병률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은 전문의라면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직 이런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95쪽)


안타깝게도 B형 간염은 난치의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B형 간염이 잘 낫지 않는 건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 T-임파구가 내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대증적 치료는 T-임파구의 공격력을 떨어뜨린다. 공격력을 떨어뜨리되 T-임파구가 완전히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 놓는 식의 반복이다.  


<불치병은 없다>의 저자는 T-임파구를 죽이는 대증적인 간염 치료에 이렇게 경고한다.

"외부에서 어떤 병균이 침입하든, 심지어 암세포가 자라더라도 우리 몸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간염을 고치려다가 암세포를 키우고 마는 것이 현대의학의 간염 치료법인 셈이다." (125-130쪽)


내 몸의 자연치유력보다 더 나은 의사는 없다. 자발적 차도(Spontaneous Remission) 또는 기적이 내 몸에서 B형 간염 보균자 주홍글씨를 떼어 버렸다! 


아~~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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