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향한다.
제국주의 프랑스에 약탈당했던 많은 문화 유산들 중 다호메이의 유물들이 정치와 외교의 과정 끝에 26점이라는 소량의 규모로 그들의 땅인 베냉으로 돌아온다. 26번이라 명명된 게로왕의 상은 스스로 반문한다. “늘 어둠 속에 인질로 존재하다가 이제 다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게로왕으로 추정되는 이 목소리는 어쩌면 마티 다옵 감독의 또 다른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을 담는 다큐멘터리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과거의 상흔을 딛고 되돌아오는 26점의 유적은 역사 속에 새겨진 약탈의 증거이자 치욕의 상징이며 상처받은 민족의 영혼이다. 유물이 프랑스에서 포장되고 도착하는 과정은 게로왕의 곁에 선 카메라가 함께한다. 이 카메라는 바로 감독 자신이다. 영겁의 어둠 속에서 다시 어둠 속으로 이동하는 모든 현장에서 카메라는 게로왕과 함께한다. 이렇듯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 같은 드라마가 공존한다. 상상의 목소리를 화면 속으로 가져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변한다. 마티 디옵 감독은 사실을 담은 목소리의 힘을 정확하게 활용한다. 함께 포장되고 함께 이동하는 카메라, 즉 감독의 눈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그 어디쯤에서 이 민족의 아픔을 함께한다.
이렇게 현대의 정치와 외교가 어우러져 한 많은 세월을 품고 자신의 고향으로 왕은 귀환한다. 그들은 수없이 빼앗기고 끌려가며 그들의 영혼이 담긴 땅과 끊임없이 분리되는 수난의 역사를 채웠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자손들은 그 땅을 단단히 딛고 서서 돌아와 다시 새겨질 그들의 왕에게 달라진 세상을 들려준다. 젊은이들의 격렬한 토론의 과정은 제국의 시대를 지나 자본의 시대로 바뀐 이 땅의 완전한 변화를 보여준다. 송환된 게로왕의 상과 그 외 모든 유물은 26이란 아픔의 기호를 벗어던지고 그들에게서 어둠과 치욕의 굴레를 걷어낸다. 그리고 그의 영혼이 이 땅에 오롯이 존재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속에 그 위상을 다시 자리매김한다.
감독은 과거를 토론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그들이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는 이 과정에 드라마적인 목소리를 입혔다. 그리고 관객들에게서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들려준다. 마티 디옵 감독은 한 인류가 있었던 땅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그리고 그 땅의 주인들의 영혼을 담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땅과 사람, 그 어느 하나 서로 떨어져서는 존재의 가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들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권력자였고 무참히 터전을 잃어버린 다호메이 왕국의 게로왕에게 전한다. 감독의 생각과 의지는 그 자체로 영화가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장 개인적인 생각을 역사의 상흔 위에 펼쳐낸다. 무상한 세월이 수없이 흘러갔지만 다호메이 왕국이 존재했던 수도 아보메이의 아름다운 밤을 담은 카메라는 이제는 돌아와 안식의 자리에 놓일 게로왕과 그의 목소리를 위해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