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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북스 Channel Books Oct 03. 2022

[독후감] 달과 6펜스 _ 윌리엄 서머셋 모옴

안정된 직장, 부인과 아이들 모두 버리고 떠난 천재 화가 이야기


어릴 적 읽었던 명작 고전들을 다시 꺼내 읽으면 당시에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재미와 감동을 받게 된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각도의 감동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10대, 20대, 30~40대, 50~60대 같은 책이라도 와닿는 포인트가 다르고 감동이 오는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이건 한 사람이 여러 번 읽는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의 10대 때와 50대에 느끼는 세상은 아예 다른 곳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것은 책 자체가 가진 재미에 더하여 이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 대는 이 부분이 왜 안 보였지?? 생각하기도 하고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다르게 생각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릴 때는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이 전혀 이해가 안 갔는데, 수십 년 후에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읽으면 오롯이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나는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 


© guzmanbarquin, 출처 Unsplash





천재 화가 폴 고갱



이 이야기는 한 화가에 관한 이야기다. 생전에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천재 화가로 추앙받게 된 한 화가의 이야기를 제3자인 화자 '나'가 관찰자 시점에서 풀어가는 소설이다. 물론 창작된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의 천재 화가 '스트릭랜드'는 '폴 고갱'을 모델로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극 중의 스트릭랜드는 증권사 브로커로 나오는데, 실제로 '폴 고갱'도 증권 브로커였다. 소설의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안정된 직장과 가족을 다 버리고 떠나 나중에 타히티 섬으로 들어간다. 실제로 '폴 고갱'은 부부 관계가 안 좋아져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다.  그리고 폴 고갱도 타히티 섬으로 들어가 소설 속의 '아타'를 연상시키는 혼혈 소녀와 같이 살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작품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천재성을 발견 받고 세계적인 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이렇게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와 실제 인물인 '폴 고갱'은 굉장히 유사점이 많다. 다만 이야기 속의 스트릭랜드는 재미를 위해 더 극적이고 색채가 강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묘사하는 스트릭랜드의 그림 부분에 오면 명백하게 폴 고갱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림에 대한 묘사는 폴 고갱의 작품들을 연상하고 듣고 있자면 아예 눈앞에 놓고 설명하는 것 같다. 






뭐라 형용할 수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創世)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 

<달과 6펜스> 중에서





사실 그래서 20대 초반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폴 고갱'의 화보집을 샀던 기억이 있다. <달과 6펜스>를 읽고 나면 폴 고갱의 작품이 너무 궁금해진다. 이 위에 인용한 본문의 구절을 읽고 나면 어떻게 궁금해지지 않겠는가.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린 그림이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고 어떤 비밀을 그렸는지 보고 싶어진다.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남들과는 다른 색감과 표현, 그리고 풍경이나 정물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야하다고 묘사하는 뭔지 모를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느낌만 보여드리자면 아래 사진과 같다. 혹시라도 달과 6펜스를 읽게 되신다면 장담하건대 제대로 폴 고갱의 그림을 보고 싶어 지실 거다. 







자기를 찾는 여행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홀연히 탄탄한 직장과 부인과 가족까지 버리고 홀연히 떠난다. 남겨진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분명히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그림을 그리려 떠났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전까지 울고불고 슬퍼하던 부인은 오히려 정색을 한다. 이기심에 떠났다는 것이다. 차라리 다른 여자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이기심으로 떠났다고 생각하자 그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돈 한 푼 남기지 않고 어찌 아내를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왜, 그래선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소?

부인께선 어떻게 살고요?

난 그 사람을 십칠 년 간 먹여살려 왔소. 그러니 이제 자기도 혼자 힘으로 살아볼 수도 있잖나?

아주 몰인정하군요.

그런가 보오.

세상 사람들이 아주 비열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라지요. 

<달과 6펜스> 중에서



© photo-graphe, 출처 Pixabay





20대 초반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뭔가 쿨~ 하다고 생각했다. 안정되고 어느 정도는 성공한 인생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 버리는 모습이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진짜 무책임한 나쁜 가장이라는 생각이다. 그 사이 나도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나 보다. 자기를 찾아 예술적 영감과 소명을 가지고 속세를 떠난 '스트릭랜드'의 자유보다도 남아 있는 가족의 고통이 더 먼저 다가왔다. 과연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트릭랜드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은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고 한다. 수십 년간 살아온 자기 인생을 완전히 부정하고 이렇게 가망 없는 일에 그저 본능적으로 이끌려 갈 수 있을까? 20대의 나는 시도해 보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은 절박함이 없어서 일 거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중에서




© image4you, 출처 Pixabay



이렇게 스트릭랜드는 모든 문명의 이기와 수십 년간 자신이 이룩한 것들을 뒤로하고 에덴동산과 같은 낙원 하이티로 떠난다. 아마 많은 분들이 현실의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를 뒤로하고 휴양지로 섬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한 달의 휴가가 아니라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달과 6펜스>는 그런 의미이다. '달'은 이상과 본능의 세계이다. 현실이 아닌 목적지이고 바라보는 이상향이다. '6펜스'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통용되던 은화의 값이다. 먹고살기 위한 현실이고 한 끼의 식사를 위해 팔아치우는 우리의 영혼이다. 인간은 모두 달과 6펜스의 세계에 살고 있다. 6펜스의 세계를 살면서 달의 세계를 동경한다. 하지만 6펜스를 버리고 달의 세계로 떠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 읽으니 아주 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하나하나 예전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곱씹으며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갱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바닥에 떨어진 6펜스를 줍느라 오랫동안 달을 보지 않고 살아왔나 보다. 오랜만에 달을 좀 올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달도 보고 책도 보다 보면 뭔가 해답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 모두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책책책 책을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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