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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눈 Jun 24. 2018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01

 

이 모든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가 자기 생각의 결과 즉 자기 행동의 결과인가 하는 점이다. 

사고의 내용이 옳은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가짜 사고가 완벽하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수도 있다. 

사고의 허위성이 반드시 비논리적 사실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 허위성은 어떤 행위나 감정이 실제로는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인 요인에 좌우되지만 

그것을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합리화에서 밝혀낼 수 있다. 

합리화는 사실 혹은 논리적 사고의 규칙과 모순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합리화의 비합리성은 그것이 스스로 유발했다고 착각하는 행동의 실제 동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심이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며,

외부의 힘이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무언가를 원할 경우

그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확신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품는 큰 착각이다.

우리가 결심하는 것의 대다수는 실제 우리의 결심이 아니라 외부에서 암시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 자신의 결심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 이유는 고립이 두렵기 때문이며 우리의 삶, 우리의 자유와 안락이 

직접적인 위험에 처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원래의 소망이 있던 자리를

가짜 소망이 차지했다.


실제 그는 이 모든 역할에서 사람들이 그에게서 기대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이 부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서 원래의 자아가 가짜 자아의 손에 완전히 질식당한다.

꿈에서, 상상에서, 취한 상태에서 원래의 자아가 살짝 나타나기도 한다.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이나 생각이 나타나는 것이다.

때로 그것들은 그가 겁이 나거나 부끄러워 억압해버렸던 나쁜 것들이기도 하지만,

비웃음을 받거나 비난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억압해 버렸던,

그가 가진 최고의 것일 때도 많다.


사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넌 누구니?"라는 질문에 타자기는 "나는 타자기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에게 "넌 누구니?"라고 물으면 "난 회사원이야." "난 의사야." 혹은 "난 유부남이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해당 사물의 대답이 갖게 될 의미와 상당히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스스로를 사랑과 공포와 확신과 의혹을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진정한 본성에서 소외된 추상으로서 느끼는 방식이다.


판매하려고 내놓은 인격은 가장 원시적인 문화에서조차 

인간의 특징으로 꼽히던 존엄성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스스로 소외된 인간은 자아감 전체를, 

즉 스스로가 되풀이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거의 상실할 수밖에 없다.

자아감은 스스로를 나의 경험, 나의 사고, 나의 감정, 

나의 결정, 나의 판단, 나의 행위의 주체로 느끼는 데에서 탄생한다.

그러자면 나의 경험이 실제로 나 자신의 체험이지 소외된 체험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사물은 자아가 없다. 

사물이 되어버린 인간은 자아를 소유할 수 없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에리히 프롬, 나무생각

05 인간은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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