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도권 1시간 반 이내 캠핑장 3곳
지난 2년 간 20여 곳의 캠핑장을 다녀본 것 같다. 한 번으로 족한 곳도 있고 매번 가고 싶은 곳도 있다. 캠핑장 위치, 사이트 크기, 시설, 주변 인프라까지 고려할 건 많지만 아무래도 아들에게 편하고 즐거운 곳을 또 찾게 된다. 요즘은 일부 노키즈 캠핑장(또는 구역)을 제외하면 어딜 가도 가족 단위가 많지만 그중에도 아들이 유독 잘 놀았고 부모로서 맘 편히 지낸 수도권 캠핑장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가족이 애용하는 캠핑장이다. 집 근처인 서울 서북권에서 1시간 거리라 금요일 아들 학원까지 다 끝내고 부담 없이 금요일 퇴근박으로도 갈 수 있다. 오후 6시에 출발하면 7시 도착, 8시 세팅 후 식사가 가능하니 2박 3일로 잡아 주말을 온전히 보내고 온다.
낭만에코파크는 입구부터 오르막으로 40여 개 사이트가 오목조목 자리 잡고 있다. 사이트별 단차를 두거나 나무 구획이 되어있어서 대부분의 사이트가 프라이빗하다. 풀 예약이었던 주말 오후에도 북적함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항상 아늑했다.
최상단 사이트를 넘어 올라가면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나온다. 2박 캠핑을 하면 이틀차가 늘 여유로운데 셋이서 피톤치드도 충전하고 새소리 들으면서 걷곤 한다. 오르내리며 다른 사이트 구경은 덤.
낭만에코파크의 가장 큰 매력은 관리동 앞 잔디운동장이다. 푸릇한 잔디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이 같이 공도 차고, 연도 날리고, 뛰어노는 모습은 힐링이 따로 없다.가장 앞 사이트를 쓰면 텐트에 앉아서 내려다보기 좋다. 운동장 아래로는 농구골대, 모래놀이터, 방방장도 있어서, 아들은 언제부턴가 알아서 놀러 가서 찾으러 가야 올 정도로 '손이 가지 않는' 캠핑장이다.
그리고 근처엔 강화 맛집과 카페, 하나로마트도 가까워서 외출했다 오기도 편하다. 우린 둘째 날 점심으로 즐겨찾는 가정식 백반집이 있을 정도. 예약은 네이버카페 예약 페이지에서 이용일 기준 30일 전 오픈된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아들은 어딜 가나 수영장을 찾는다. 늘지 않는 제자리 수영실력에 비해 참 좋아하는데, 가평 파머스힐 캠핑장은 수영장을 갖춘 캠핑장으론 으뜸이었다.
광활한 사이즈에 물높이도 적당한 숲 속 수영장이 5월부터 9월까지 꽤 오랫동안 운영되는데, 아들은 갈 때마다 틈만 나면 물에 뛰어들고 싶어 안달이다. 그리고 물놀이가 끝난 저녁에는 적당한 조명과 듣기 좋은 물소리, 그리고 뒤쪽 경사에 이어지는 데크사이트까지 리조트 부럽지 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가평 파머스힐의 또 다른 장점은 캠핑장 규모다. 오토캠핑은 물론 프라이빗한 백패킹까지 100여 개에 가까운 사이트가 있어서 치열한 예약전쟁 속에서도 빈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사이트도 대체로 크고 잘 구분되어 있고, 두 가족 사이트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올해 6월, 가깝게 지내는 가족을 이 캠핑장에 처음으로 초대했는데 곧이어 캠핑에 입문하게 됐고, 9월에 이곳 두 가족 사이트에서 첫 캠핑을 함께 했다. 진입로까지 차 두 대를 주차하고, 리빙쉘 두 동을 치고도 사이공간이 충분할 정도로 사이트 컨디션이 좋다.
9월 말은 밤송이가 떨어지는 계절이라, 산책로와 사이트에 우수수 떨어진 밤송이를 줍고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에서 2시간 가까운 거리지만 인프라가 워낙 좋은 곳이라 시즌마다 가게 될 것 같다. 예약은 네이버카페 예약페이지에서 이용일 기준 30일 전 오픈된다.
나인힐스 캠핑장은 형 가족이 살고 있는 용인시에 있어서, 집에서는 상대적으로 멀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가득 찬 곳이다. '아이들이 놀다 지쳐 잠드는 곳'이라 소개한 홈페이지에도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인힐스라는 이름도 뭔가 멋지다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구봉(九峰)산 자락이다.
나인힐스에도 큰 규모에 워터슬라이드까지 갖춘 실내 온수풀이 있다. 자연과 벗 삼은 느낌은 아니지만, 저녁 공기가 쌀쌀했던 10월에도 훈훈한 수영장에서 아들이 아주 신나게 놀았다. 이외에도 이곳은 키즈체험이 버라이어티한 곳이다. 가끔 실내 놀이방이나 오락기가 있는 곳은 봤지만, 캠핑장에 무슨 바이킹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아이들을 위해 뽑기 이벤트, 퀴즈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선물도 많아서 아들이 매시간 신나 있었던 것 같다. 캠핑장 이용료와 매점이 수익의 전부일텐데 다른 곳엔 없는 투자를 아낌없이 하는 것 같다.
다만, 큰 규모의 캠핑장에 여러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안내방송이 종종 나오는데 조용히 힐링하러 온 캠퍼들에겐 다소 휴양지 같은 부산함이 있긴 하다. 물론 아이들에겐 테마파크가 따로 없다.
우리가 갔던 날 밤에 산토끼가 사이트에 찾아왔는데, 액티브한 낮 시간을 가라앉히듯 산속에 있다는 실감을주는 시간이었다. 예약은 홈페이지에 연결된 캠핑 플랫폼 '캠핏'에서 한 달 전부터 가능하다.
위 캠핑장 외에도 포천 계곡메사, 캠프운악 또한 패밀리캠퍼에게 친화적이라 늘 가고싶은 곳이다. 아이들이초등학교 저학년을 넘어가면 안 따라다니기 시작한다는데, 힐링과 버라이어티가 잘 버무려진 곳이 많이 생겨서 곧 10살이 되는 아들과 끊이지 않고 패밀리 캠핑을 계속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