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비아네스캠프 Jan 06. 2023

캠핑가면 뭐 하나요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10가지 루틴


아이가 있는 친구들에게 캠핑을 다닌다 하면 "캠핑가면 뭐해?", "애는 뭐해?"라 묻곤 한다. 텐트 공간 말고는 특별할 게 없는 곳에서 길게는 2박 3일동안 뭐하고 지내다 오는지, 아이는 심심해하지 않는지 궁금할 만도 하다. 우린 2년 동안 30번의 캠핑을 다니면서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캠핑장을 고르는 것부터 캠핑장에서 2~3일을 보내는 방법까지 서로가 고되지 않고,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습관 같은.




캠핑장은 2시간 내 거리로

사실 가보고 싶은 캠핑장은 정말 많다. 충청권에 있는 호수뷰 캠핑장, 강원권에 있는 산너미 뷰 캠핑장도 가보고 싶다. 하지만 거주 중인 서울 서북권에선 다소 멀다. 부지런한 캠퍼들은 새벽에 출발하거나 퇴근박으로도 그 거리를 달려가지만, 가족에게도 부담을 덜 주고 싶고 나 또한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지라 대개 2시간 내로 선택하는 편이다. 다행히 그 거리에도 갈 수 있는 캠핑장은 많다.(물론 예약 난이도는 있다)


가깝게는 파주나 강화도. 1시간 거리라 언제나 편하게 오갈 수 있다. 멀어도 1시간 반 남짓 양주, 포천, 동두천, 남양주, 가평 정도까지다. 지난 10월, 충북서산 삼원레저타운을 힘들게 잡았는데 황금연휴라 가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 선착순이라 좋은 자리도 다 나가서 피칭 전부터 지쳐버렸는데, 가까운 캠핑장은 돌아온 후 피로감도 확실히 적다.


가는 날 첫 끼는 버거 드라이브 스루

명절 고향길이 400킬로가 넘는 우리는, 가는 길 첫끼로 버거킹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곤 했다. 드라이브 스루에 빠진 건지, 버거킹 와퍼에 빠진 건지 어느새 먼 길 갈 때마다 필수코스가 됐고, 그게 캠핑까지 이어졌다. 차에서 먹기도 하고, 캠핑장에 의자 하나 펼쳐서 먹기도 한다. 피칭 에너지 충전에는 버거 만한 게 없다.  


버거는 버거킹. 출처도 버거킹


피칭, 철수는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

숙소여행만 즐기는 사람들에겐, 왜 야외에 살림을 차리고 해체하는 번거로운 일을 하냐 하지만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 과정 자체가 즐길거리다. 언듯 똑같아도 매번 다른 디테일을 고민하고 시도하고 나름의 보람을 얻는다. 새로운 장비를 펼쳐보거나, 텐트 텐션을 잡기 위해 팩을 박고 고치는 일, 깔맞춘 선반에 툴박스를 올리는 일, 해가 지고 랜턴과 조명에 불을 켜는 일 등 모든 행위는 분명 '일'이지만, 그저 노동이 아니라 놀이고 즐거움이다. 등산이 산을 오르고 내려올 뿐이지만 과정을 즐기는 일인 것처럼.  



아들도 처음엔 피칭하는 동안 차에서 핸드폰을 보곤 했는데, 지금은 제법 짐을 나르고 펼치는 걸 돕기도 한다. 대단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고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경험을 갖는다는 건 정서적으로도 좋은 일 아닐까.


밖에서 먹는 건 다 맛있다

피칭이 끝나고 캠핑장을 둘러보거나 맘편히 쉬고 나면 슬슬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같은 고기고, 같은 찌개고, 같은 술인데 왜 캠핑장에선 다 맛있을까. 맨땅에 오롯한 우리 공간을 꾸려, 냄새가 배거나 흘릴 걱정도 하지 않고, 자연의 공기를 들숨날숨하면서 먹어서일까.



일단 고기는 무조건 맛있고, 숯불에 굽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갓 구운 고기를 후 불어 아들 입에 넣어주면 '꿈같은 맛'이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요즘엔 밀키트나 레토르트 식품도 워낙 잘 나와서 어디서든 이름난 음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요리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더 먹고 더 마시게 되는 건 문제지만.


불멍은 못 참지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땐 후배가 물려준(?) 화로를 쓰다가 이후엔 미니멀웍스 화로를 사서 잘 쓰고 있다. 이중연소 화로대도 써보고 싶지만 아직은 옴폭한 화로에 타는 클래식한 불꽃이 좋다. 사람들은 화로에 직화구이를 하거나 불향 요리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기름때가 묻는 것보단 순수 불멍으로만 쓰는 편이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불꽃 앞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는 시간은 캠핑의 꽃이다.



아들은 화로에 장작을 넣어보기도 하고, 오로라 불꽃을 만들거나, 스페큘러 불꽃놀이를 하기도 한다. 어쩌다 옷에 불똥이 튀기도 하지만, 온실 속에 화초처럼 크기 십상인 요즘 아이들에게 그 정도 아찔함은 부모와 함께라면 감당할 만 하다.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

저녁식사가 아네스(=아내)의 시간이라면, 아침식사는 나의 시간이다. 8시 전후 먼저 일어나 산책을 하고, 미뤄둔 설거지를 하고, 카메라 사진을 정리한다. 9시에 가까워지면 밤새 뒹군 아들이 깨기 시작하고 아네스도 이불 챙김이 끝난다.



전날 기름진 음식도 먹었으니 아침은 프레시 토스트를 먹는다. 가벼운 노동요를 틀고, 버터를 팬에 둘러 식빵을 굽고 계란프라이, 치즈, 토마토, 아보카도, 양상추를 그때그때 올려 토스트를 만든다. 그리고 갓 분쇄한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린다. 아들의 아침은 스스로 고른 컵반(미역국밥, 황태국밥 최애)이다. 기분 좋은 음악, 향 좋은 커피와 토스트, 따뜻한 국물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아침이다.


점심은 로컬 맛집 외식

둘째 날 점심은 나가서 먹는 편이다. 밀키트 하나 더 챙기기 어렵진 않지만, 근처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도 들를 겸 '굳이' 외출을 한다. 초보캠퍼일 때는 살림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되나 걱정도 됐지만 캠핑문화를 어느 정도 경험한 뒤론 서로가 소리 없이 챙기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강화도에서는 수제버거와 가정식 백반, 포천에서는 순두부보리밥, 가평에서는 막국수와 보쌈, 멀리 태안에서는 게국지를 먹었고, 후식으로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목적지로 가긴 멀지만 캠핑장에선 가까운 거리라 맘편히 맛집을 다닐 수 있다.


아들을 위한 낮의 놀거리

캠핑은 어른들의 취미이고, 아이는 심심할 거라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피칭과 철수, 요리를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만의 놀거리도 충분하다. 웬만한 곳에는 있는 방방장부터, 여름엔 수영장은 물론 계곡놀이도 제격이다. 그리고 물총이나 비눗방울, 에어로켓, 빅민턴을 챙겨가기도 하고 루미큐브나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젠 어렵게 됐지만 핼러윈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고, 야외용 TV나 빔을 챙겨 아이들을 위한 미니극장을 만들어주는 캠퍼들도 많다. 적어도 내 눈에 캠핑장에서 심심해 보이는 아이들은 없었다.



철수일 아침은 컵라면 

2박 3일 동안 야무지게 먹다 보면 매 끼니 설거지가 나오는데, 마지막 날은 대체로 컵라면을 먹는다. 물만 끓여 집에 넘쳐나는 일회용 젓가락으로 간단히 먹으면 그릇, 수저를 쓸 일도, 설거지 후 말릴 일도 없기 때문에 철수가 간편해진다.


나는 튀김우동, 아네스는 육개장, 아들은 진라면


추위, 더위, 비는 즐길 수 없다면 피하자

마지막으론 날씨다. 무더위나 강풍은 모두에게 고역이지만, 추위는 화로/난로/전기장판이 있다면 보낼만하고, 우중캠핑이나 설중캠핑은 찾아서 즐기는 캠퍼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웬만하면 극동, 극서, 눈비는 피하는 편이다. 3~6월 초, 9월~12월 초까지만 캠핑을 다니고, 우중캠핑은 그 자체는 정말 좋지만 우중피칭이나 우중철수는 텐트를 말리고 따로 뒤처리가 필요해서 굳이 잡지 않는다. 캠핑 전후가 편해야 다음 캠핑 준비도 즐겁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루틴이고, 그때그때 여건과 기분에 따라 변주를 한다. 캠핑가면 뭐하냐 물었던 친구가 이 글을 본다면 어느 정도 대답이 될 것 같다. 여유로웠지 지루한 적 없었고, 고될 땐 있어도 보람차지 않을 때가 없었다. 호캉스만 즐기던 지인들이 가족 여가의 한 꼭지로 캠핑의 매력을 알게 되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