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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아네스캠프 Jan 31. 2023

유명한 걸로 유명한

유명하다고 특별한 건 아닐 수도




우디앨런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2013)>을 보면, 주인공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르니니)는 하루아침 갑자기 전국구 스타가 된다. 매일 문 앞엔 발 디딜 틈 없는 취재경쟁이 펼쳐지고,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레오폴도는 운전기사에게 자기가 왜 유명한지 묻는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유명한 걸로 유명하죠"



우리나라 최고의 휴가지이자 관광지인 제주엔 유명한 게 참 많다. 자연 명소는 물론이고, 이름난 식당과 카페는 부지기수이며, 그런 곳들이 몰려있는 지역은 사시사철 여행객이 넘치고 네이버 리뷰는 수천 건을 가볍게 넘나 든다. 그러다 보니 고르고 추리면서 하나라도 더 가보고 싶은 조바심이 드는 것도 사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유명세에 비해 맛이(물론 내 기준에서) 애매하거나, 서울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일 때도 많은 게 사실이다.


위 사진은 본 내용과 아주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삼다(三多)도 제주에는 돌, 바람, 여자 카페가 많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제주카페'를 검색하면 무려 308만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바다절경 입지에 멋진 카페 건물을 지어 야자수를 심고, 비치 체어와 라탄 파라솔을 두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그림이 된다. 이런 곳들은 커피 가격이 7천 원이 쉽게 넘어가고 디저트 베이커리를 곁들이면 웬만한 밥값을 웃돈다.


이번 여행에서 1월의 추운 비바람을 겪다 보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자주 주문했는데, 정작 커피맛은 글쎄다 싶은 곳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제주답게 '한라봉', '우도땅콩'이 들어간 에이드, 라떼류도 많은데 말린 귤이나 아이스크림을 걷어내면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음료들도 많았다.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맛의 퀄리티보단 자릿값, 뷰값에 가깝달까. 카페 입장에선 투자와 운영을 생각하면 합당한 가격이겠지만 '유명한' 카페가 아니라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좀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숙소 카페에서 마신 융드립 커피가 아메리카노로는 최고였다.


아내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도가 낮았던 곳으로 '애월 카페거리'를 꼽았다. 애월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코 앞에서 보는 만족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들어설 곳 없는 빽빽한 카페, 식당과 그 좁은 길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 때문에 피로감도 높은 곳이다. 이번에 만족도 높은 카페 몇 곳도 알게 돼서 아마 애월 카페거리는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먹거리도 비슷하다. 이번에 제주에서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로 '돔베고기국수'를 꼽았었는데, 서귀포 안덕면을 여행하다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에서 먹어보니 맛이 지극히 평범했다. 전 직장 서울 상암동에서 먹었던 고기국수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같이 시킨 비빔국수가 더 나았다. 그리고, 제주공항 근처에 이름난 딱새우김밥을 먹었는데 한 줄에 7,500원의 가격과 비주얼에 비하면 맛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결국, 유명한 여행지일수록 '유명한 걸로 유명한' 집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이 몰리고 피로감도 높다. 유명하다고 꼭 특별하진 않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좀 더 천천히 네이버 리뷰보다 한층 더 들여다보면서 숨은 길을 찾아 들어가더라도 우리 가족만의 아지트, 단골집, 동네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렇게 또 가고 싶은 카페 두 곳, 식당 두 곳, 동네 한 곳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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