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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Mar 12. 2024

모임장은 처음이라서요

Feat. 내향인



 저는 내향인입니다.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곳은 본능적으로 피하는 편이고, 앞에 나서는 걸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이지요. 태생적으로 낯가리는 성향 탓에,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요. 그래서인지 단체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도 아니고, 혹여 그룹에서 리더를 뽑는다고 해도 자원한 적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뽑히게 된 경우에만,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해내곤 했지요. 그만큼 무언가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건(특히나 사람들을 대표해서) 제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일 년 사이에 세 번이나 말이죠. 난생처음 모임장을 해본 경험이었습니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사람이나 모임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제게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모임이 거주 지역에 개설되어 있지 않았기에, '없으면 내가 만들어보지 뭐',라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죠.


 첫 시작은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이었습니다. 영어 초보에게 암기가 효과적이라는 책을 읽고(이전 화 '영어책 한 권을 외워보았습니다' 참조), 회화책 암기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암기에 도전해보고자 교재도 구입했지만,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습니다. 매일 여러 가지 변명으로 학습량을 스킵하기 일쑤였지요. 의지력이 부족한 탓에 도무지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비슷한 목표로 개설된 스터디가 있는지 찾아보았지요. 하지만 초급 스터디는 찾기 힘들었고, 암기 스터디는 더욱 희소했습니다.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듯, 회화 스터디를 개설하고자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모임 만드는 방식은 직장에서 사업 참여자 모집했던 기억을 되살려서 진행했습니다. 일단 구글폼을 통해 신청서 양식을 만들고, 홍보 채널을 통해 희망자 접수를 받아서 선정자에게 개별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모집이 잘될까 싶었지만, 걱정과 무색하게 꽤 많은 인원이 모였습니다(자세한 모집 방식에 대해서는 이후 포스팅 예정입니다).



사실 모임 만든다는 말에, 모임장 경험이 있는 친구의 무시무시한 경고가 있긴 했습니다. 


모임 운영하다가 자칫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어...


 이런저런 이유로 데어서 사람 자체가 싫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죠. 처음에는 별일이야 있겠어, 싶었지만 그 말을 체감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모임장을 해오며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내 맘 같지 않다

 사람들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내 뜻과 다른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를 테면, 모임장 입장에서는 좀 더 얻어가고 싶어서 많은 정보를 주어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요. 스터디의 경우 과제 분량이나 진도에 있어서도 모임원들과 생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왕 시간을 들여 모이는 자리이니, 과제 분량과 진도를 늘리고 싶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단 거죠. 강제성이 특별히 부여되지 않다 보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몰아붙일 수는 없고, 모임원과 상의하여 적당히 조율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모임이 유지될 정도의 규칙은 부과하되, 너무 참여나 준비성에 대해 촘촘하게 강제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탈률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둘째, 사람들은 휩쓸린다

 사람은 어느 정도 규모만 모여도, 쉽게 그 분위기와 흐름에 잘 휩쓸립니다. 책 <군중심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다른 사람이 하면 나도 해볼까?' 혹은 '누군가 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해도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지글에 누군가 반응하면 따라서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면 전부 대답하지 않을 수 있죠. 멋쩍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예전 어느 모임장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단톡방에서 다들 대답하기 싫어하는 이유가 '마지막 채팅방에 남겨진 글이 본인이 되는 것이 싫어서'라는 건데요. 그때는 실감을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임원 중에 협조적이거나 열정적인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텐션을 따라가기 때문이죠. 돌아가면서 발언 기회를 주거나 할 때에도, 그 사람에게 먼저 기회를 주면 운영이 원활할 수 있습니다.






 영어 스터디 모임 개설을 시작으로, 재테크 스터디 등 두어 개의 모임을 더 운영해오고 있는데요. 개중에는 지금까지 잘 지속되고 있는 모임이 있고, 사정성 지금은 운영을 중단한 모임도 있습니다(이후에 실패 사례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제가 이렇게 모임 운영을 맡고 있다고 하면 다들 놀랍니다. 워낙 이런 단체활동을 싫어하는 것을 알기도 하고, 모임장을 하는 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도 사실 시작 전에는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부딪혀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귀찮은 부분도 있지만 그 외에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혹시 힘들까 봐 운영을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분명 여러 가지로 좋은 경험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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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포스팅에서는 모임을 운영하며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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