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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Mar 20. 2024

제목만 보고 집어드는 책

#21. 좋은 제목이란?



책에서 제목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책 제목이 구매율에 80%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에세이의 경우, 좀 더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제목만 보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고, 제목이 끌리지 않으면 아예 집어 들지조차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죠. 매력적인 제목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문득 예전에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여느 때처럼 신간 코너에서 평대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옆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학생 두 명이었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이거 딱 네 얘기, 어제도 겁나 짜증 내지 않았냐?"

"헐, 그러네. 완전 내 얘기. 나 하나 살까 봐"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학생이 한 권 뽑아 들고, 카운터로 곧장 향했습니다. 책을 펼쳐보거나 내용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였습니다. 정말로 그 학생은 책 제목만으로 책을 골랐지요. 

 이전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책을 고른다는 얘기를 듣고는 반신반의 했었는데-저는 매우 고심해서 책을 고르므로- 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구나, 실감했던 순간입니다. 그 후로도 책을 고를 때 제목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꽤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책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다면, 좋은 제목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좋은 제목이란 크게 세 가지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매력적인가? (후킹)

 일단 제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매력적이고 궁금해야 책을 집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얼마 전 <픽사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을 리뷰한 적이 있는데요.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후킹'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볼 때 단 8초 만에 그것에 대한 판단을 마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의 마음을 낚는 후킹이 필요한 거죠. 지금 떠오르는 후킹이 잘된 사례 중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떠오르는데요. 책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제목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2. 책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본문과 아무런 상관 없는 제목을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무리 후킹이 중요하다고 해도, 본질을 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제목만 보고 기대감에 집어 들었다가, 책 본문과 별 상관없는 내용이면 독자는 속은 기분이 들며 당황스러울 겁니다. 실제로 어느 책 리뷰에서 '제목에 낚였다'라는 글을 종종 접하기도 합니다. 매력적이되, 어느 정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은 제목이 바람직합니다. 제목만 봐도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방향이 유추가 되고, 예측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짓기 위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줄로 요약해 보고, 그 한 줄을 다시 제목으로 줄여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3. 읽기에 어려움은 없는가?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을 때 읽기 어렵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제목을 정할 때 소리 내어 읽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 소리 내어 읽어보면 매끄럽지 않게 읽히거나, 발음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 소리 내어 발음해 보고 입에 잘 달라붙는지, 제목이 너무 길거나 짧지 않은지 체크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제목은 타자에게 불릴 일이 많습니다. 특히나 강연이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 <ooo>의 저자로 제목이 수식어처럼 소개가 되기도 하고요. 그때 발음이 너무 어려우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읽기에 부끄럽지 않은 제목인지도 중요합니다. 간혹 후킹해야 한다는 강박에, 다소 입 밖으로 꺼내기 낯 뜨거운 제목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책을 쓴 저자도 뭔가 말하기 부끄럽다면, 아무리 후킹이 잘 될지라도 적합하지 않은 제목일 겁니다.






지금, 제목 짓는 것에 고민하고 계신가요~?

도무지 정하기 어렵다면, 세 가지만 생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매력적일 것,

주제를 담을 것,

잘 읽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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