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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Mar 20. 2024

책 제목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할까요?

#22. 나만 좋은 제목!?


 지난 회차에서 출간에 앞서 짓는 책 제목에 관해 포스팅했습니다(이전 화 '제목만 보고 집어드는 책' 참조)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 제목이란, 아래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제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매력적일 것,

주제를 담을 것,

잘 읽힐 것.


 그런 의미에서 작년 출간한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의 제목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먼저 챙기자'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기도 했고,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집어 들었다는 피드백이 많았으며, 잘 읽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처음에는 제목에 '회사'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어서, 자칫 회사 생활에만 국한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책 분량의 70% 이상이 직장생활 이야기였기에 크게 문제는 없었고, 부제를 '출근해도 걱정 퇴근해도 걱정인 당신에게'로 설정하여, 직장생활뿐 아니라 퇴근 이후의 생활(연애, 재테크, 독립 등) 관련해서도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책 제목이나 부제 자체가 쉽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는데요. 여러 가지 수많은 후보군들 중에서 당당히(?) 제목으로 채택되기까지,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원고 기획 단계에서 작업한 가제 - 이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출간에 앞서 책 제목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할까요?


 출간하기 전에 저도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 언제(when)

 미리 작가가 제목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경우도 있고, 원고를 완성하면서 구체화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제목을 정해두고 원고를 기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간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제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 출판 계약서에 도서명을 기입해야하기에, 출판사에서 먼저 작가에게 제목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계약서 상 도서명은 어차피 가제라 향후 바뀔 확률이 높으므로 부담 없이 생각해보라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첫 책인지라 신중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정해진 가제는 제목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출판사와 작가 간에 불리는 호칭이 되기도 하고요. 가제를 정한 뒤의 본격적인 제목 선정은, 완성 원고를 작성해서 넘긴 편집 단계 이후에 이루어집니다.


#2. 어떻게(how)

 책의 전반적인 컨셉이나 방향을 고려하여 제목을 짓게 되는데요. 고심 끝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제목과 부제 후보군을 쭉 나열해보았습니다. 엄청난 고민 끝에 나온 제목(가제)은 <일도 인생도 서툰 게 당연합니다>입니다. 출판계약서에도 이 도서명(가제)으로 들어갔지요. 사실 출판사와 첫 미팅 당시에 너무 직장생활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사회초년생이 겪을 법한 모든 고민들-재테크, 연애, 인간관계, 독립 등-에 대해 다루는 것으로 기획 방향을 잡았기에, 일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을 포괄하고 싶다는 고민에서 나온 제목이었습니다. 처음 사는 인생이기에, 일 뿐만 아니라 인생도 서툰 게 당연하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용기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고요.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제목에 너무 임팩트가 없나?'라는 점이었는데요. 역시나 결과적으로 가제는 바뀌었습니다. 


#3. 누가(who)

 처음 제목에 대해 고민하는 건 아무래도 작가입니다. 작품을 기획하며 제목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원고를 작성한 이후 이름을 붙이게 되기도 하지요. 제 경우에는 계약 이후에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을 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출판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제목(가제)을 먼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가제를 정하고 출판사에 전달한 뒤에 완성 원고까지 넘기고 나면, 또다시 제목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완성 원고를 건네받은 출판사에서 여러 제목을 지어 후보군을 전달해주었지요. 그에 대한 제 의견을 드리면, 다시 출판사에서 참고하여 내부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상황마다 프로세스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출판사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합의점을 찾아가거나, 작가 혹은 출판사 의견대로 결정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첫 작품이었기에 전적으로 출판사의 의견을 신뢰했습니다.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저의 판단 착오가 있었는데요. 출판사에서 준 제목 후보군에 관한 의견을 주변 지인에게 물었다는 겁니다. 사실 어떤 제목이 가장 좋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제목은 대중적인 의견이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최대한 여러 사람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투표에 부친 결과를 출판사에 공유했는데, 편집자님의 회신을 받고 아차, 싶었습니다. 



책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 '작가'와 '출판사'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을 고를 때, 원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채로 고르면,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 상태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다 보면, 결론이 산으로 갈 수도 있고요. 또한 출판사에서는 출간 전에 사전 정보가 외부에 오픈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제목을 결정하고 싶다는 과욕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너무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았나, 두고두고 후회했던 순간이었지요. 다음 책 작업할 때는 좀 더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출판사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해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되었고요. 결국, 여러모로 필요했던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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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책 제목까지 정해지고 나면, 그와 동시에 표지 디자인에 대한 작업이 들어가는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책 제목 못지않게 중요한 '책 디자인'에 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운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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