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다?
책에서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 같습니다. 내용만 좋으면 디자인은 크게 상관없다는 부류와, 기왕지사 예쁜 표지가 좋다며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말이죠. 개인적인 선호도인지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지만, 저는 디자인도 책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든 음식을 기왕이면 좋은 그릇에 담는 것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듯이요. 또한, 책 장르에 따라서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전문 지식을 다루는 책 보다, 에세이의 경우에 특히 디자인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글만 잘 쓰면 되지, 디자인에 왜 신경을 쓰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의 최종 결정 권한은 출판사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도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작가가 원고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톤에 맞는 디자인을 판별할 수 있기도 하고요. 디자인 전부를 관여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할 때는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퀄리티 좋은 디자인 완성에 일조하는 법, 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 미리 디자인 컨셉안을 만들어 둘 것
디자인이라는 것이 상당히 주관적인지라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원고 기획 방향이 정해졌다면, 미리 원하는 컨셉의 디자인 레퍼런스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직접 서점에서 최근 출간된 책 위주로 훑어보면 디자인 트렌드를 알 수 있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표지와 내지 일부분은 미리보기가 가능하기에 파악하기 쉽습니다.
또한 만약 출간 제안을 받는다면, 해당 출판사의 최근 출간작 표지를 살펴보면, '대략 이런 결이구나' 가늠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출판사에서 디자인에 투자를 하는 편인지, 혹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지요.
둘, 출판사 미팅에서 어필해 볼 것
제 경우에는 출판사와 사전 미팅 단계에서, 미리 생각한 디자인 컨셉을 보여드리고, 원하는 톤의 이미지를 공유했습니다. 최종 결정권은 출판사에 있음을 이해하고 있지만, 작업 단계에서 작가와 협의해주십사 요청드린 부분도 있고요. 사실 이런 컨셉에 대해 사전에 말씀드리면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디자인은 출판사의 영역이므로 의견 어필은 불가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경우와, 출판사 내부 검토에 의해 반영 여부는 결정되지만 최대한 의견 수용을 하겠다며 문을 열어두는 경우죠. 동일 조건이라면, 전자보다는 조금이라도 반영 의지가 있는 후자에 마음이 더 끌렸습니다. 물론 예산상의 문제 등도 있으므로 너무 내 생각만 밀고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작업하며 존중해주는 편집자 혹은 출판사인지 사전에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합니다.
보통 책 디자인에 대해 얘기가 나오는 시점은, 편집 단계에 접어드는 때입니다. 작가가 완성 원고를 넘기고 제목까지 정해지고 나면, 슬슬 출판사에서 표지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지요. 내지 디자인은 대개 출판사 디자이너가 하지만, 표지는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원하는 컨셉이 있다면, 사전에 출판사에 원하는 톤이나 분위기를 전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출판사에서도 디자이너에게 감안하여 시안 의뢰를 넣을 수 있고요. 이미 디자인 시안이 나왔는데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 서로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디자이너 - 편집자 - 작가' 간에 몇 번의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표지 디자인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표지를 공유받게 되면,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신경써야할 것은 많았지만 확실히 이렇게 디자인 작업에 함께 고민하고 참여했더니,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만족감은 매우 큰 편이었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디자인이 나와서 마음에 쏙 들었지요. 이미지 톤이나 색감도 딱 원했던 그 자체였고요.
물론 작가가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어필한 부분이 모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디자인에 대해 내부 의견을 고수한다면, 작가도 포기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고요.
저 역시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내지 디자인에 있어, 처음에 여백 많은 라이트한 느낌의 디자인을 원했지만, 실제로 출간된 책은 여백이 적고 글자 크기도 적어진 편입니다. 내지 컬러도 1도, 흑백으로 인쇄되었고요. 예산 등 여러 이유로, 제안하는 의견이 모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있는 편이 좋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대로, 엄밀히 말하면 디자인은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영역은 아닙니다. 원고만 넘기고 나머지는 출판사에 맡기는 작가님들도 많고요. 만약 디자인 작업에 크게 관심이 없고 출판사에서 해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신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오히려 그게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디자인에 욕심을 내고 싶다면, 이렇게 출판사에 의견을 어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아 힘들긴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경험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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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포스팅에는 '저자 소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도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