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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pr 10. 2024

매력적인 '저자 소개'란?

#24. 어떻게 소개할까?



 우리는 흔히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책날개를 펼쳐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책 내용과 더불어 작가의 공신력, 호감도 등을 고려해서 책 구매를 결정하게 되지요. '이 책이 누가 쓴 책인가',라는 부분은 책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는 합니다. 작가가 무명이거나 특별한 이력이 없을 경우,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소재가 매력적이거나 글이 정말 좋은 경우라야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출판 시장도 이에 따라 양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인(연예인, 베스트셀러 작가 등)이 책을 내는 경우와 신인 작가가 책을 내는 경우로 말이죠. 신인 작가가 책을 내기 어려운 이유는 인지도가 없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매량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SNS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야, 증쇄를 찍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출판 시장에서 좋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잘 알려진 유명인도 아니고, SNS 구독자 수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운 좋게 제 글을 높이 평가해주는 편집자를 만나서 책을 낼 수 있었지만, 신인 작가에게 출판사를 통한 기획 출간의 허들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저자 소개' 역시 신인 작가에게 좀 더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인이라면 저자 소개를 고민할 이유가 크게 없습니다. 다수 방송에 출연 경험이 있거나, 여러 권의 출간 이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전문 분야 서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하여 독보적인 경력이나 독특한 이력이 확보되어 있는 경우 저자 소개에 부담이 없지요. 이를테면 경영 도서는 유수 기업 임원 혹은 MBA를 취득했거나, 경제 도서는 투자 성공 경험이 있거나 혹은 금융권 출신이거나, 철학 도서는 철학과 출신이거나, 소설은 등단 작가인 경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세이는 좀 다릅니다. 특히 평범한 사람이고 이렇다 할 화려한 약력이 없다면 저자 소개에 꽤 고민이 되실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하나, 첫 시작 문구는 무엇으로 해야 하나, 사소한 것도 고민이 되지요. 

 저자 소개를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워, 서점에 가서 출간 에세이 중 저자 소개만 집중적으로 훑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에세이의 저자 소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더군요.





1) 약력 나열식

 어느 지역에서 출생했고 무슨 학부를 전공하여 졸업했고, 어디에서 근무했고 등 마치 이력서처럼 저자의 약력을 나열하는 형태입니다. 장점은 이런 사람이구나, 확실히 신원 보증(?)되는 느낌에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단점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유형은 경제 경영, 과학 등 전문 분야의 도서이거나, 그에 맞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는 경우에 효과적일 듯싶습니다. 졸업한 대학이나 전공, 연구 분야 업적을 나열하는 방법으로 책 내용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감성형

 몽글몽글한 감성적인 부분을 터치하는 유형입니다. 저자의 단상이나 의미 있게 생각하는 구절을 적어두는 겁니다. 이기주 작가의 저자 소개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데요.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이렇게 은근히 감정에 호소하고 어필하는 유형입니다. 특히 감성 에세이에 많은 저자 소개이죠. 사실 이 유형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오글거린다며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자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3) 취향/성향형

 에세이에 가장 많은 유형입니다. '~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나열함으로써, 저자의 취향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이야기하며 친밀감 있게 독자에게 다가가는 겁니다. 독자들 중에 작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확 끌릴 수 있지요. 일종의 결이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나와 공통분모에 호감이 생기는 것처럼, 저자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독자는 끌릴 수 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공감'에 포인트를 두기로 했습니다. 저와 타겟 독자층의 접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생활 경험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이 두 가지를 적절히 녹여내어 '나랑 비슷한 사람'이네,라는 느낌을 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저자 소개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에 쓰인 저자 소개는 위의 2번(감성형)과 3번(취향형) 유형을 중간 정도로 믹스한 경우입니다. 일단 1번(약력 나열식)을 배제한 이유는 너무 사적인 정보를 오픈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이 '사회생활'에 관한 책이므로 사회생활 경력이 십여 년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글에 신뢰성이 실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에세이라는 장르 특성상 나의 성향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적당히 성격의 결에 대해서도 오픈했습니다.


실제 출간된 저자 소개 (우측 날개)



 저자 소개는 출간 생각이 있다면, 아니, 없더라도 미리 써두기를 추천합니다. 원고 작업한 이후에 출판사에서 요청하는데, 미리 써둔 게 없다면 꽤 고민이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기존에 써둔 게 없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면 정말 막막할 겁니다. 


 사실 첫 책의 경우, 저자 소개가 유독 고민되겠지만 이후 다음 책을 출간할 경우에 바꿀 수도 있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출간 때마다 바꾸는 작가들도 많고요. 또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지라, '저자 소개'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독자도 있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으므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되, 아래 사항을 염두에 두면 좋은 소개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와 맞는 결의 독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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