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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pr 17. 2024

책이 만들어진 후 벌어지는 일

#25. 홍보와 마케팅



 출판사에 완성 원고를 넘기고, 표지 디자인과 저자 소개까지 확정 짓고 나면, 제작 및 유통 단계에 접어듭니다. 출판사에서는 원고 내용을 최종 마무리하는 '데이터 마감'과 더불어 인쇄소로부터 가제본도 받고, 인쇄 상태를 확인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지요. 드디어 실물로 책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사실 준비 기간 대비해서 책이 실제 만들어져 나오는 시간은 허무할 정도로 짧게 느껴집니다. 


 책이 제작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기 전에, 출판사에서는 저자 증정본을 먼저 보내줍니다.



내 책이 나오다니!!!!!
저자 증정본으로 첫 실물 책을 영접한 순간!!

 


 이미 파일로 여러 번 보긴 했지만, 막상 실물로 완성된 책을 받아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진짜 내 책이 맞는지 비현실적인 감각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첫 책을 만져본 감촉이 생생히 기억날 만큼,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사실, 저는 실물 책이 나오고 나서, 책을 다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퇴고하느라 너무 많이 들여다본 탓인지 지긋지긋해서이기도 하고, 왠지 내 책을 읽는다는 게 어색하고 실감이 안 나서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금 와서 부족함을 직면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여, 한동안 출간된 책의 표지만 물끄러미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막상 책이 나온 이후에 저자 입장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만약 유명인이어서 홍보 요청이 많은 경우에는 인터뷰하거나, 북 콘서트, 혹은 유튜브 출연도 할 수 있지만, 신인 작가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도 했고,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았던 터라 '혹시 책이 나오고 매스컴을 타면 어쩌지', 미리 걱정했지만, 지나고 보니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책은 크게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나뉘어 유통되는데요. 온라인의 경우에는 많이 알려진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 각 채널에 업데이트되고, 오프라인의 경우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서점에 책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신간의 경우 작은 혜택이 주어지는데요. 대부분 오프라인 서점에서 평대(책 표지가 보이게 놓아두는 섹션)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평대에 있는 책이 책꽂이에 꽂힌 책 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으므로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보통 몇 개월이 지나게 되면 일반 책꽂이 서고로 이동하게 되지요. 책 한 권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해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유명한 작가이거나, 출판사에서 광고비 집행을 적잖게 들이거나, 서점에서 홍보 건에 대해 사전 컨펌이 된 경우라야 가능합니다. 


출간 초반 서점 평대에 놓인 책, 그리고 이후 책꽂이로 이동한…….



 사실 책을 내고 난 뒤 체감하는 부분은 '독자와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겁니다. 서점에 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베스트셀러 섹션이나 평대에 표지가 보이게 놓인 책들, 즉 접근성이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숨어있으면 빛 보기가 힘듭니다. 당연하게도 신문 지면 광고, 유료 온라인 매체, SNS 인플루언서 광고 등을 통해 최대한 책을 많이 노출할수록 바이럴이 되어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 광고 자본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대형 출판사나 유명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선별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요. '홍보하지 않은 책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책이 출간되면, 대부분 출판사에서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기에, 우선적으로 포털 카페, SNS 서평 이벤트 등 무료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파급 효과는 미미하여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측면이 큽니다. 또한 출판사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다른 책들의 라인업도 신경 써야 합니다. 출판사의 자원(인적 자원, 물적 자원 등)은 한정적이다 보니 여러 책에 고루 비용을 투자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부 출판사의 경우에는 이미 판매량이 확보된, 대형 작가에게 프로모션을 집중 투입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그리고 요즘은 홍보가 출판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작가도 최대한 셀프 홍보에 힘쓰게 되지요. 출간 이벤트를 한다던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출간 사실을 홍보하게 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작가의 열정적인 홍보 활동을 장려하는 편입니다. 다만, 선을 넘으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느 카더라에 의하면―독소 조항으로 출판 계약을 한 경우에― 작가에게 판매의 책임을 지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이를 테면, 계약한 발행 부수의 일부를 자비로 구매하게 한다던지, 기본 계약금 없이 일정 판매량이 나올 경우에만 인세를 지급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혹시 그런 계약을 제안받는다면, 거르시는 게 좋습니다). 


 저 역시도 나름의 셀프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홍보용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브런치에서 출간 기념 이벤트(신청서 추첨하여 도서 증정)를 실시하기도 했죠. 저는 비록 주변에 글 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지인 홍보는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보면 맨투맨으로 홍보하거나, 개인 SNS에 업데이트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작가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일단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많이 팔리고 나면, 그래서 점점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 '유명하니까 나도 본다.'의 효과가 일어나는 건 분명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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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문득, 출판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니까, 계속 베스트셀러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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