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May 01. 2024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뀔까요?

#27. 버킷리스트!?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뀔까요?


 출간하면 인생에 크나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 유명해질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어쩌지,라는 터무니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막상 출간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뚜렷한 변화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책을 내도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죠. 미움보다 슬픈 건 무관심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책을 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까 전전긍긍했던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 지금에 와 실감합니다.  


 출간 직후에 신간이라는 이유로 서점 평대(책 표지가 보이도록 놓는 곳)에 놓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만, 몇 개월이 흐르고 그새 나오는 신간들에, 책은 어느덧 서고 한켠으로 비켜섰습니다. 어느 서점에서는 그마저도 '재고 없음'으로 표기될 때도 많고요. 오늘도 쏟아져 나오는 신간 틈에서 잊히는 책의 운명이 속상합니다. 그러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책이 출간되고 사라지는가, 체감하며 겸허해지기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 정말 책 안 산다는, 어느 책방 주인장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도서관도 많고, 전자책 대여 서비스도 잘 되어 있기에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도 하고요. 종이책은 부피를 차지하므로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잘 팔리는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출간 이후 소소한 습관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책 뒷면의 정보(판권지)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이죠. '이 책은 몇 쇄를 찍었나', 궁금해지고 여러 쇄 찍은 책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1쇄를 모두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쇄를 찍는 책을 볼 때면, '내게도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싶습니다.



 출간 이후 느끼는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소소한 이벤트는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점과 도서관에서 내 책을 발견한다던지, 우연히 책 읽는 사람을 마주한다던지, 인터넷 포털에서 리뷰를 확인한다던지, 하는 점이 가장 신기한 변화이죠. 유명인이 왜 자신의 이름이나 작품을 검색해보는지 이해되기도 합니다. 저 또한 틈틈이 검색해 볼 때가 있고, 요즘도 종종 올라오는 책 리뷰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더불어 출간 후 얼마 되지 않아, 책이 '당인리 책발전소' 서점에 Best 10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좋은밤' 유튜브 채널에 책 읽어주는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했고요. 이러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때면, 묘하게 책이 생물처럼 살아서 곳곳에 숨 쉬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좌) 당인리 책발전소 / (우) 유튜브 <오늘, 좋은밤>



 사실, 출간 이후 가장 크게 실감하는 변화는 내적인 변화입니다.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면이 성장한 느낌이랄까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무언가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한 권을 완성해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났지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무언가를 향해 전력투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해내고 싶은 욕심은 많았지만, 현실 도피하며 스스로를 속이며 살았지요. 반면 원고 작업 기간은 ―적어도 노력에 있어서―스스로에게 떳떳했던 최초의 시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을 살며 온 마음을 다했던 건, 책 작업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원고 작업은 내면의 불안이 사그라드는 것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작업하면서 일상생활 루틴이 많이 단순해졌기 때문이죠. 이전에는 늘 원인 모를 불안감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걱정과 고민만 하니 불안이 가실 날이 없었죠.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명확한 단기 목표를 두고, 극도로 단순한 생활을 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확실히 무언가에 몰입할수록 불안과 걱정이 사그라든다는 것을 체감했달까요. 






 출간 이후에 외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칫 한 권 출간했다는 것에 취해 붕뜨지 않을 수 있어서요. 다음 책 출간 전까지, 아직 부족한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전에 편집자님과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나기도 합니다. 두 권째 출간 이후부터가 본 게임이라는 말이었지요. 대부분 목표를 '출간' 자체에 두는 경우가 많아서, 한 권 내고 사라지는 작가가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저 또한 출간이라는 산이 크게 느껴질 때는 책 내는 것에 환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내보니, 출간 자체를 목표로 하면 오히려 오래 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계속 글 쓸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화려하게 반짝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불을 밝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 한 권 내고 큰 변화가 없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차기작을 내기 위한 동기부여로 삼아야겠습니다.


.

.

.



그러므로 '일단 뭐든 계속 써보자' 다짐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꽃 피울 수 있다는 것, 

그전에 포기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무언가 해낸 사람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계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 오늘로써 '난생처음 출간기'의 본편 연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켜봐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포스팅에는 그동안 미처 못다한 출간 이야기가 번외로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전 26화 오디오북과 전자책에 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