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1) 오답노트
저번 포스팅을 끝으로 '난생처음 출간기'의 본편 연재글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본편에서는 출판 제안부터 출간 이후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다루었다면, 오늘과 다음 주에 걸쳐서는 외전으로, 그동안 미처 못다한 이야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출간은 처음이다 보니, 편집자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무사히 책을 내게 되었는데요. 당시 작업하는 동안에는 해야 할 것들에 급급해서 넓게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그때 주어진 미션을 쳐내기에도 바빴지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다시 책을 내게 된다면 이렇게 하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출간 작가님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외전 첫 번째 이야기, '출간 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첫째, 제대로 된 기획을 먼저 할 것
보통 기획 출판의 경우, 두 가지 경로로 출간 프로세스가 진행됩니다. 첫째는 출판사에 직접 투고하는 것, 둘째는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아 출간을 진행하는 경우이죠. 첫 번째 경우는 출판사에 작가가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송부하게 되는데요. 투고하는 과정에서 기획안을 작성하며 타겟 독자와, 기획 의도, 목차 등을 생각해보게 되지요. 이렇게 투고한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출판사에서 관심있어 하는 경우, 미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저는 브런치를 통해 출판사 제안을 먼저 받고 출간한 두 번째 케이스였기에, 처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브런치북을 발행하며 큰 얼개는 생각해 보았지만, 책 작업할 정도의 스케일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막상 출간이 결정되고 본격적인 원고 작업할 때, 기획 방향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출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미리 대략적인 컨셉과 기획 방향을 잡은 이후에 ―책으로 나온다는 가정하고― 글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기획 방향을 생각해두면 본격적인 작업 시 힘을 덜 들이고 원고를 완성할 수 있지요.
[기타 꿀팁]
- 중요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원고 초반부에 배치할 것: 온/오프라인 서점의 '미리보기' 기능 고려
- 테마를 잡을 때 출간 시기를 고려할 것: ex) 불황기에 힐링 에세이, 월드컵 시기에 축구 관련 서적 등
둘째, 사소한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 것
원고 쓰며 가장 신경 쓰인 건 '책으로 영원히 박제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한 번 올렸다가 생각이 바뀌면 내릴 수 있지만, 책은 인쇄물이기에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죠. 훗날 이불을 걷어차며 부끄러워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단어 하나 선택하는 것에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져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고요. 그런데 정작, 출간 이후에 독자들의 감상평 리뷰를 보며 느낀 것은,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르다는 겁니다. 인상 깊다고 느끼는 문장도 다르고요. 원고 작성하며 걱정했던 부분에 대해 독자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좋았다고 말하는 문장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 많았지요.
원고를 작업하며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필요하지만, 조금 가벼워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반응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지 않는 것이 좋고요.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부담감을 더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것에 연연할수록 욕심을 부리게 되기도 하지요.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 있듯이, 사족이 덕지덕지 묻은 글은 표가 납니다. 오히려 담백하고 가볍게 쓰인 글이, 독자에게 생각할 공간을 남겨두는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셋째, 다른 이의 조언에 너무 의존하지 말 것 (스스로를 믿을 것)
첫 원고 작업을 하면 두렵고 걱정되는 것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멘탈이 무너져내리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지요. 어느 순간에는 출간 계약을 맺은 자신을 후회하며, 계약 자체를 파기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때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도 생겨나는데요. 물론 극강의 외로움과 불안감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이때 주변에 도움을 받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중심은 잃지 말아야 합니다. 중심을 잡으려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요. 나만의 기준 없이 주변에 조언만 구하게 되면 불안은 심해지고, 중구난방 피드백에 원고는 산으로 가게 되지요. 차라리 조언이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보다는 편집자님과 소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진부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믿으면 불안과 외로움이 많이 해소되지요. 평안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좀 더 스스로를 믿는다면 불필요하게 흔들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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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항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처음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다음 책에서는 잘해야지 다짐했다가도, 또다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쩌면 매 출간마다 오답노트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부딪히며 알아가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이죠.
이 글이 예비 출간 작가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포스팅에는 '난생처음 출간기' 외전 두 번째(마지막)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