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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Mar 07. 2024

원고가 책이 되어가는 과정

#19. 편집 단계



 최종 원고를 넘긴 후, 출판사로부터 편집 일정표가 도착했습니다(이전 포스팅 '원고만 넘기면 끝인 건가요?' 참조). 일정표 상에서 저자교 작업 일정과, 데이터 마감 기한까지 확인이 가능했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망의 본격적인 편집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편집은 원고가 작성된 한글 파일이나 원고지 등에 직접 펜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인디자인으로 수정 작업된 PDF 파일로 진행되었습니다. 편집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일단 출판사에서 보는 교정 단계, 다음으로 저자가 보는 교정 단계, 마지막으로 출판사에서 최종 확인 하는 교정(최종교) 단계입니다


 편집의 각 단계를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편집 프로세스는 출판사와 편집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는 교정 (PC교, 1교~2교)

 저자가 마감기한까지 제출한 완전 원고를 출판사에서 교정 보는 단계입니다. PC교로 처음 진행되었습니다. 아직 책 형태로 조판되기 전의 원고를 편집자가 교정하는 단계이죠. 주로 맞춤법이나 비문을 수정합니다. 보통 PC교 이후에는 원고가 책의 형태로 인디자인(*원고 디자인 편집 프로그램/편집 디자이너 작업)에 얹히고, 이후 상황에 따라 1~2교까지 진행됩니다. 사실 저는 중간 피드백을 요청해서였는지, 추가 수정사항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님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 정말 떨렸습니다. 아무래도 편집자님은 제1의 독자이기에, 반응이 어떨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게 되었죠. 사실 편집하는 방식은 각각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제 담당 편집자님은 세세한 것에 대한 터치보다는 큰 흐름에서 궁금한 점이나 오해가 있을 만한 부분을 러프하게 잡아주는 스타일이어서 그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 저자가 보는 교정 (저자교)

 편집자님의 피드백을 참고하고 다른 수정사항까지 반영하여 저자가 교정 보는 단계입니다. 이때 처음으로 인디자인으로 작업되어 책의 형태를 갖춘 PDF 파일을 받게 되지요. 저자 입장에서는 드디어 책이 나오는구나, 실감 나며 감격(?)스러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한글 파일로 볼 때와, 책의 형태를 갖춘 파일로 볼 때에는 확실히 감회가 남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현실로 돌아와 마지막 검토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퇴고하며 이미 너무 많이 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봐야 하는 단계이죠. 거의 퇴고의 막바지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사실 저자교 단계에서 너무 많은 수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인디자인 레이아웃 등이 반영되었기도 하고, 편집자의 교정 단계를 거친 상황이기 때문이죠. 편집자 입장에서는 큰 수정이 발생하면, 디자이너와 협의하여 다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합니다. 어디에선가, 저자교 단계에서의 너무 많은 수정은, 편집 방향성에 대한 의심으로 비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 출판사에서 최종 확인하는 교정 (2교~3교, 최종교, OK교)

 저자교 작업 후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체크해서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그를 바탕으로 편집자님의 추가 교정 작업이 진행됩니다. 데이터 마감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쇄 직전의 단계입니다. 아직 이 단계까지는 혹시 모를 수정사항이 발생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 저자교를 넘긴 이후에는 다시 원고를 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지만, 그래도 혹여 수정 사항이 있다면, 출판사로 전달하여 데이터 마감 이전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쇄소로 넘기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으므로 편집자님이 가장 집중도 있게 작업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편집자의 진가가 가장 발휘되는 영역이 '편집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출판사 못지않게 합이 잘 맞는 편집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편집자와 작가 간의 적극적인 소통이 책의 완성도나 작업 만족도 측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편집자 의견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저자가 결정하지만, 저는 편집자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입니다. 이유를 떠나 어쨌든 편집자가 의구심을 가진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한 편이었고, 다행히 편집자님도 열린 자세로 조언해주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첫 출간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심적으로도 꽤 의지하게 되더군요.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SOS를 쳤고, 그때그때 필요한 조언을 적절히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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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대망의 편집 단계까지 끝내고 나면, 작가로서 원고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마무리 지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출간 계약 때만 해도, 무사히 마감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찌어찌 매듭은 지어지더군요. 특히 직장에 다니고 있어 시간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물리적인 시간은 생겨났습니다. 원고 작업 중간에 코로나 확진이 되어 자가격리 기간에 집중해서 집필하기도 했고, 모자란 시간은 중간중간 반가운 휴일과, 연차 사용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달에 걸친 원고 집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작업 기간 동안 느꼈던 감정이 변화무쌍한데요. 다음 포스팅에는 원고를 쓰며 느끼는 심리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도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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