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복수의 끝엔 무엇이 남을까요?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 <고백>은 복수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심리적인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입니다. 주인공인 여성 교사 유코의 고백으로 소설이 시작되지요. 그녀는 교사직을 내려놓는 심경을 밝히면서 자신의 반에 딸을 죽인 범인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복수와,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인생을 통해 점점 잔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되지요(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고백>은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별로 다른 화자가 등장합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 가해자와 그 가족, 주변 인물 등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을 그려나가지요.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도, 그 인물이 처해진 상황과 살아온 환경을 알게 되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작가는 용서나 동정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요.
워낙 내용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지라, 책은 술술 잘 읽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어서, 읽으며 중간중간 멈춰 마음을 고르며 다시 읽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던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촉법소년 처벌에 대하여
중죄를 저지른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을 처벌하는 것이 응당한가의 여부입니다. 사실 저는 이전에 촉법소년 처벌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아직 판단이 미성숙하므로, 보호와 교화를 통해 좀 더 갱생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에서, 본인의 죄를 깨닫게 할 '제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인과 같은 형사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인이 저지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은 말이죠. 최근 어려서부터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어 각종 모방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의 감시망 밖에 있다고 생각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도 늘어나고 있고요. 좀 더 촘촘한 제도적 망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가해자 마녀사냥에 관하여
아무리 죄를 지었더라도 그를 향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이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책에서도 가해자를 향해서 동급생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괴롭힘을 가하는데요. 정의 구현이라는 표명 하에 가해지는 마녀사냥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죄의 경중이나 처벌의 강도 등 다른 변수가 있기는 하겠지만,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처벌해도 된다',며 가혹하고 악랄하게 가해지는 마녀사냥이 합당한 걸까요?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지 않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만 가지고 행하는 폭격보다는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3. 복수의 의미에 대하여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복수'입니다. 교사 유코는 복수라는 미명하에 사적 제재를 가하죠. 하지만 과연 복수가 최선일까요? 유코는 복수를 하고 마음이 후련했을까요? 그리고 복수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다른 이의 희생은 어떨까요? 책을 읽는 내내 '복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말미에는 그래서 유코에게 남는 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가 연쇄적으로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고요.
만약 그 상황에서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되짚어 보기도 했습니다. 유코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할지, 아니면 그냥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거나 용서를 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다소 무겁기에, 읽으며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가정환경과 범죄와의 상관관계', '교사의 윤리성' 등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책이 서술되어, 단편적 인물이 아닌 다양한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구성이 주제 표현에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때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이 인물이 이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는지, 그의 시점에서 들여다보면 다면적으로 상황을 이해하게 되지요. 그런 측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영화 <괴물>의 구성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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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끝이 궁금하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책 <고백>을 추천합니다!
(책 외에 영화로도 나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