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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Oct 29. 2024

죽음에 관한 감정 변화를 알고 싶다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톨스토이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책 추천을 받아서 읽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내용이 훨씬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 '이반 일리치'가 죽음과 맞닥뜨리며 겪는 심리적 변화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요. 마치 작가가 한 번 죽음을 경험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놀라웠습니다.

 죽음을 미리 경험할 수 없기에, 우리는 막연히 상상할 뿐입니다. 특히 이런 소설을 읽으면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험해 볼 수 있지요. 아직은 먼 이야기 같지만 누구나 겪게 될 순간이므로, 과연 나는 생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까, 미루어 짐작해보게 됩니다. 


 특히나 명예도 있고 잘 살아온 것처럼 그려지는 이반 일리치의 삶을 통해, 그가 질병으로 겪는 심리적 변화를 통해, 저자는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사회적으로 칭송받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주인공이 정체 모를 병에 걸리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현재 나의 삶이 어떤지 되돌아보게 하지요.


 책을 읽으며 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던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타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

방에 모인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가져올 자신과 지인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관한 거였다. ……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사흘 밤낮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었단 말이지. 그런 일이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일은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났을 뿐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날 리도 없다는 지극히 그 다운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 마치 죽음은 원래 이반 일리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말이다. 
"슬픔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한다고 하는 건 위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 온갖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슬픔을 조금은 잊을 수 있거든요. 위로를 받는 것까진 아니라 해도 말이에요." 


 소설 초반부에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접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입니다. 그중에 이반 일리치를 진심으로 사랑한 이는 없었기에, 그들은 부고를 접하고 자신들의 손익 계산을 먼저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행이 자신을 비껴간 것에 대해서 안도감을 느끼죠. 겉으로는 고인을 추모하는 척, 진정성 있어 보이게끔 거짓 위로를 건네지만, 속으로는 묘한 우월감과 안도감에 사로잡혀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부인 역시, 장례 이후 묘지값 문제를 논의하고 사후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 계산하는 등, 슬픔에 빠져있기보다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해 나갑니다. 물론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사망신고, 통신사, 보험 정리 등 해야 할 일이 몰아치기는 합니다. 하지만 슬픔을 가눌 새 없이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리하는 모습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차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면 과연 그렇게 담담히 행동할 수 있을까요? 



2. 질병이 삶에 미치는 영향

거리의 모든 풍경이 우울하게만 보였다. 마부들도, 건물들도, 행인들도, 상점들도 모두 우울해 보였다. …… 사람들의 병과 건강이 그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는 조금만 힘든 일이 생겨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낙담했다. …… 그는 불행을 향해, 그리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퍼부었다.
아이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지루한 얘기를 듣긴 했지만 오래 참지는 못했고, 아내도 남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했다. 
어떤 때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고 나면, 이런 고백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아픈 어린아이 보듯 가엾게 여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안고 달래듯 다정하게 다독여주고 입 맞춰주고 자신을 위해 울어주길 바랐다.


  몸이 아프면서 점점 괴팍해지는 이반 일리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프면 모든 게 의미 없어집니다. 인생에서 건강이 일 순위가 되지요. 저 역시 잔병치레를 몇 번 하다 보니,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몸이 아프면 아무래도 멘탈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것에도 예민해지고, 걱정이 많아지고, 불안도 높아지고요. 누군가의 진심 어린 위로와 사랑을 갈구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의 딸과 와이프는 겉으로만 걱정하는 체할 뿐, 그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지 못합니다.

 사실 이반 일리치의 이전 궤적들을 보면 가족들이 무심한 이유가 얼마간 이해되기도 합니다. 계산기 두드리며 배우자를 선택한 것과 가정에서의 불화를 일에 집중하며 회피한 것,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인 것 등이 그런 결과를 자초한 게 아닐까요?



3.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아침이든 저녁이든 금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전혀 다른 것 없이 매한가지였다. …… 차츰차츰 다가오는 무섭고 소름 끼치는 죽음만이 진실이었을 뿐 다른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그러니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몇 시인지가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 이반 일리치는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웠다.
"예전에 네가 어떻게 살았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았던가?"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가 …… '지금 네가 원하는 건 대체 뭐지? 사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인가? 교도관이 '재판이 시작됩니다'라고 외치는 법정에서의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인가? 
아들이 그 손을 잡아 자기 입술에 대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반 일리치는 구멍 속으로 떨어지면서 한 줄기 빛을 보았다. …… "데리고 나가줘.... 아이가 불쌍해.... 당신도 불쌍하고..." …… 그때 갑자기,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면서 떠나지 않으려 하던 것이 두 방향에서, 열 방향에서, 온갖 방향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식구들이 안쓰러웠고,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했다. …… '그런데 통증은 어떻게 된 거지? 어디로 간 거지?' ……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점점 몸 상태가 악화하며 죽음에 가까워지는 이반과 영혼의 목소리(이반의 내면)와의 대화입니다. 

죽음의 끝에 다다라서 아들의 진실한 사랑을 느낀 이반 일리치는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기만 했던 가족들을 향해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먼저 느끼게 되지요. 그러자, 지금까지 그를 괴롭혔던 이유 모를 통증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사라지며 빛을 맞이하게 되지요. 비로소 그는 평화로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그에게 필요했던 건 가족을 향한 사랑과 용서, 화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톨스토이는 죽음에 빗대어, 삶을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진정한 삶에 대해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면서요. 이반 일리치는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맞이하고 나서야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본인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인생이, 실은 허위와 거짓으로 점철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가 평생 쫓았던 명예와 부가 죽음 앞에서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느끼며, 이러한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고서야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마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책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죽음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기에, 미리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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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닥뜨렸을 때의 감정 변화를 알고 싶다면,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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