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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08. 2021

사기(史記)로 배우는 고사성어-다다익선(多多益善) ②

다다익선(多多益善) 고사

: 사마천 사기열전 회음후열전


사기열전 회음후열전(淮陰候列傳)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한신韓信은 회음(淮陰, 강소[江蘇]) 사람으로 평민이었을 때 집이 무척 가난했고 행실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신은 가난했지만 뜻만큼은 크게 품었습니다. 진(秦)나라 말기 진승이 반기를 들었다가 이듬해 죽자 항량과 항우는 병력을 이끌고 양자강을 건너 강소성, 산동성, 하남성, 안휘성 접경지역으로 진격하는데 그 지역이 한신의 고향 근처였습니다. 이때 한신은 항량에게 몸을 의탁하지만 한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죽자 항우에게 갔다가 그 역시 말단직으로 부리자 항우 진영을 탈출해 유방에게 투신합니다. 이때 서초패왕 항우가 유방을 한왕으로 봉합니다. 이때만 해도 천하의 운명은 항우가 거머쥘 듯이 보였었습니다. 한신과 유방이 만나는 시점이 이런 운명의 시점이었습니다.  


한나라의 1등 개국공신인 소하蕭何는 한신을 알아보고 유방에게 계속 한신을 추천하여 대장군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었는데, 훗날 한신을 제거하는데 앞장서게 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신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개국공신이었고, 기원전 202년 항우(項羽)를 해하(垓下)에서 포위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듯이 한신은 뛰어난 대장군이었습니다. 따라올자가 없었지요. 아무리 형편없는 군사들도 한신 휘하로 들어가면 일당백의 정예군이 되어 한고조 유방이 항상 부러워하고 시기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전쟁에서 한신이 정예병을 길러내면 가져 다 쓰고 또 가져다쓸 정도로 한신은 전쟁의 신神이었습니다. 이점은 유방도 인정했습니다. 


유방劉邦은 삼불여(三不如)라는 말을 하며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나는 세 사람만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오불여소하(吾不如蕭何) : "물자를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은 소하만 못하다" 


 *오불여장량(吾不如張良) : "전략과 전술을 통해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장량만 못하다"


 *오불여한신(吾不如韓信) : "공격하면 어김없이 빼앗는 전투능력은 한신만 못하다"




건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습니다.


"짐은 몇 명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한신이 답했습니다, 


"십만입니다"


고작 십만 명의 군사를 거느릴 황제라는 말에 유방은 기분이 살짝 나빠집니다.


유방이 묻습니다, 


"그럼 그대는 몇 명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는가?


한신이 답합니다,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다다익선)"


그러자 유방은 기분이 더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태연한 듯 웃으며 묻습니다.


"그럼 그대는 어째서 고작 십만 명을 거느리는 짐 밑에 있는가?"


이때 한신이 '아차'하며, 본인의 실수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화답합니다.


"폐하는 선장장(善將將, 장수를 잘 다루는 장수)입니다. 따라서 직접 군사를 거느릴 필요가 없고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장수를 잘 살핍니다. 그것이 제가 폐하 밑에 있는 이유입니다." 그제야 유방은 미소를 짓습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장수지장(將上之將 장수 위의 장수)입니다. 


유방은 매우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으며 잔인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라를 세울 때는 목숨을 함께 하는 전우였지만, 나라를 세우고 안정을 위해서는 자기보다 군사적으로 뛰어난 한신을 시기하고 질투했습니다. 한신은 건국 후 유방에 의해 초왕(楚王)으로 봉해졌다가 얼마 되지 않아 권위가 실추되고 유방의 의심병으로 인해 원한을 품게 되었습니다. BC196년 소하(蕭何)의 계략으로 여후(呂后)와 태자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앙궁(未央宮)으로 들어왔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권력은 나누어 가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신하가 군주를 넘어서려고 하면 여지없이 싹을 잘라내는 것이 엄연한 정치이고 역사인가 봅니다. 더 큰 리더십으로 포용한다면 우리는 어떤 좋은 세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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