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에세이
김환기와 김향안의 러브스토리를 감히 한 문장으로 묶어보자면 잔잔함 속에 견고 함이라 하겠다. 초대받아 찾아간 그들의 우주 속에는 견고하고도 따듯한 사랑이야기가 있었고 정현주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랑의 형태와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며 우리가 꿈꾸는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꿈꾸는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희망하게 됐다.
출렁이는 두려움을 한순간 잠들게 해주는 사람
누군가 내게 이상형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을 만큼 이 한 문장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온전히 상대에게 믿음을 부여한 적이 있었는지, 기꺼이 용기 낸 적이 있었는지 반문하기도 했다. 어쩌면 두려움을 잠재운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그들을 강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서로를 통해서 찾아낸 강인함으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진 사람을 어떻게 해야 더 잘 사랑할 수 있는가
“소울메이트란 사랑하여 노력하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 인연의 처음이 아닌 마지막에 말해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정현주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보통 좋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과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 포커스가 상대에게 있다. 하지만 정말 힘을 주어야 할 곳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로 고민의 주제를 바꾸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다로 생각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포커스를 나로 옮겨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노력하게 된다. 환기와 향안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가 보다 어떻게 계속 사랑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처럼 한 순간 수화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 거대한 사랑도 이별은 피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수화의 죽음 앞에서 같이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향안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지만 향안은 다시 일어나 여전히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사별 후 환기의 그림을 걸고 돌보며 미술관을 설립한다. 죽음은 사랑의 마침표가 될 수 없다. 사랑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환기미술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미술관을 지으며 향안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먼저 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은 어떤 곳 일지 궁금하다. 왠지 그곳은 성탄절에 크리스마스실을 덕지덕지 붙여 보낸 환기의 편지에 대한 향안의 답장일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출렁이는 두려움을 한순간 잠들게 해주는 사람.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 주고 나로 하여금 기꺼이 용기 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가게 해주는 사람. 때로는 입과 귀가 되어주고 때로는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고 문이 되어주는 사람. 수화에게 향연은 그런 아내였다.
별들은 많으나 사랑할 수 있는 별은 하나밖에 없다.
행복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함께 있는 것. 여전히 건강하고, 여전히 다정하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은 것.
정말로 해야 할 것은 다른 질문임을 알았습니다. ‘만나진 사람을 어떻게 해야 더 잘 사랑할 수 있는가’
소울메이트는 인연의 처음이 아니라 인연의 마지막에 말해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울메이트는, 사랑하여 노력하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