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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망디 Oct 08. 2023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지!

포르투에서도 계속되는 '밥' 타령!

나는 진성 한국인이다. 다시 말해서 밥이 없으면 '밥'을 먹은 느낌이 안나는 사람이다.


나는 크림소스를 먹더라도 크림파스타보다 크림리조또를 선호했고 삼겹살을 먹더라도 쌈에 밥을 넣어 밥과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한다. 라면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라면 두봉을 면만 먹기보다는 라면 1봉과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선호했다.


희대의 밥순이인 내가 유럽에 갔을 때 밥이 없어서 꽤 고생을 했었다. 범세계적인 입맛을 가진 나는 고수를 먹던 바질을 먹던 생햄을 먹던 아무 상관이 없던 나인데 아무리 먹어도 2%가 부족했다. 진성 코리안의 입맛을 완전히 채워줄 완벽한 맛을 유럽에서 찾기 힘들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자주 먹었던 것이 3가지가 있었다. 바로 파스타, 피자, 햄버거. 그렇게 매일을 파스타, 피자, 햄버거를 돌려먹다가 가끔 질리면 동남아 음식점에 갔다. 유럽에서 가장 찾기 쉬운 아시안음식점이 쌀국수집이 아닐까. 구글에 검색하면 제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동남아음식점이었다.  (주로 동남아음식 - 일식 - 중식순으로 찾기가 쉬웠음)

그렇게 가끔 별미로 쌀을 먹을 수 있던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지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포르투'.


유럽대륙의 끝 해안선을 책임지고 있는 나라인 포르투갈에는 해산물과 쌀을 이용한 전통음식이 있었다. 그 음식의 이름은 바로 'Arroz de marisco(아조르 데 마리스코)'로 쌀과 조개(해산물)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해물밥'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보통 포르투갈 음식점에서는 영어로 Sea foodrice로 표기되어 있다.)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어느 여행책에 소개되어 있는 '포르투갈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포르투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꼭 나오는 빠지지 않는 해물밥 맛집.


나는 포르투갈 여행에서 한국과 비슷한 느낌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일 1 해물밥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날리는 밥도 아니고, 씹을 때마다 쌀심(?)이 느껴지는 밥도 아니고, 쌀로 만든 국수도 아닌 밥이라니. 해물밥이 유럽에서 꼭 먹어야 할 리스트 제일 위를 차지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해물밥은 아시아에서 흔히 먹는 '밥' 조리법과는 조금 다른 그 음식은 조리법은 '리조또'에 가까웠다. 또 리조토보다는 빠에야에 가까운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떻게 되었든 리조또도, 빠에야도 아닌 그 어딘가의 무언가라는 말이었다.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했다. 리조또보다는 소스가 많고, 빠에야보다는 꾸덕한 해물밥은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했다.

포르투에 도착해서 한국인에게 유명한 해물밥 밥집에 방문해서 직접 먹어보니 잘 만든 해산물죽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산물을 넣고 뜨그허이 소화 잘되게 푹 끓인 죽말이다. 잘 익다 못해 살짝 퍼진 쌀도 그렇고 자박하니 넉넉하게 들어있는 국물도 그렇고, 왜인지 보양에 좋을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것도 그렇고 일종의 퓨전죽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먹어보기 전까지는 막연히 특이할 거라고 생각했던 토마토 베이스도 해산물 육수와 만나 감칠맛만 남긴 시원하고 상큼한 육수가 되어주었다. 또, 먹으면 먹을수록 비 오는 날 어딘가에서 먹어봤던 시원 칼칼한 해물탕이 생각나는 것이 이 맛은 바로 한국의 맛이었다.


유럽에서 찾은 한국의 맛


그게 내가 포르투에서 먹은 해물밥의 한줄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구르나, 뒤로 구르나 이 맛은 한국인의 영혼을 치유하는 맛이 분명했다. 한 입 먹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두 입을 먹으니 정신없이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포르투에 있는 해물밥집에 가면 나와 같은 한국인의 얼과 한은 가진 진성코리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분명 한국인 후기가 없다고 생각한 곳이었지만 방문하면 한국인들이 있다.


밥을 향한 에너지가 모여 우리가 한 곳에서 만난 게 아닐까?


포르투를 여행하는 자여, 한국의 라면이 그립다면 주저하지 말고 포르투의 해물밥 맛집으로 향하라.

그러면 포르투의 전통음식도 먹어보는 경험도 하고 한국인의 소울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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