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제가 왜 에그타르트 중독이냐면요
꿈은 이루어진다. 진부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어렸을 때 이루지 못한 꿈들을 소중하게 아니면 은밀하게 남겨둔 어른은 어떻게든 그것을 이루게 되어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본 것인데, 어린 시절 틴틴을 마음껏 먹고 싶었던 어린이는 커서 '틴틴 한 통'을 차에 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어른은 어린 시절 고기가 듬뿍 든 카레를 먹고 싶었지만 요리 주도권을 가지지 못해 이루지 못했다가 다 커서 '고기 1근을 넣어 만든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면 다 큰 어른이(어른 + 어린이의 합성어)가 되어서 이루면 된다.
나의 은밀한 욕망은 대체로 음식에 관련되어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간 대전 여행에서 맛본 궁극의 에그타르트를 그리다 못해 '그럼 에그타르트가 진짜 유명한 포르투갈에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하고 욕망했다. 이 욕망에는 두 가지가 꿈이 합쳐져 있었다. 하나는 찐 에그타르트를 먹고자 하는 욕망이고, 남은 하나는 에그타르트의 발상지 포르투갈에 여행을 하겠다는 꿈이다.
이 욕망이자 욕심은 아주 작고 은밀해서 내 생에 이룰 길이 없어 보였다. 포르투갈 여행이라니.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어느 날, 어느 순간에 포르투갈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어볼 거라고 기대는 했지만 정말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것도 내 인생에 두 번이나 말이다.
처음 포르투갈에 방문하게 된 건 순전히 운이었다. 첫 유럽여행을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을 메인으로 잡고 남은 시간을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구글지도에 유럽지도를 띄우고 보니,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포르투갈의 포르투가 있었다.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순례자사이에서 유명한 동선이었다. 30일가량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짧게 포르투에 머무는 코스가. 너무나 유명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 뒤 포르투에 넘어가면 꽤 많은 동기 한국 순례자들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유명한 코스라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탈라에서 포르투로 이동하는 버스노선도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이정도면 세상이 나에게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포르투로 떠나라고 응원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포르투로 넘어가는 것을 확정하고 보니 마음이 너무 설렜다. 초등학생 시절 먹었던 그 에그타르트를 넘어서는 지상최대의 존맛탱 에그타르트를 포르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때의 에그타르트는 이미 빛이 바래고 미화되고 추억되어 궁극의 맛이 되었는데,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맛을 내가 또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가 샘 쏟았다.
포르투갈, 에그타르트의 발상지. 그곳에 방망디 발을 내딛다, 포르투에 있는 에그타르트 가게 다 죽었다. 내가 모조리 다 방문해서 에그타르트를 다 먹어볼 거니까. 에그타르트 폭격기 방망디가 간다!
산티아고 순례자가 되어 순례길을 걷고 걸어 도착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넘어갔다. 이제 정말 꿈을 이룰 시간이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포르투의 땅을 내딛는 순간 어디서 달콤한 커스터드향이 나는 것 같았다. 왜인지 지나가는 카페마다 모조리 에그타르트를 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그저 나의 환상의 에그타르트를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환상의 에그타르트를 향한 걸음. 그 걸음이 맞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낼 포르투의 숙소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가게들이 밀집한 곳에 위지 해있었으니까.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에그타르트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만 할 뿐인가, 아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에그타르트의 거리로 출격을 했다.
"헬로우! 도-스 나타(에그타르트) 포르파보르!"
아주 친절한 직원은 요상한 영어에 더해 더 이상한 포르투갈어로 주문을 한 나를 웃으며 이해해 주었다.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두 개를 만들어 보인 직원은 곧 에그타르트 2개를 우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갓 만들었는지 따뜻한 에그타르트는 몰캉몰캉하고 달콤한 시나몬 냄새를 잔뜩 내고 있었다. 아주 먹음직스럽다는 뜻이다.
포르투의 거리를 걸으며 한 입 와작 먹었다. 한 입 먹었다. 나는 하늘을 날았다.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지의 쿠키 같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맛본 KFC의 에그타르트처럼 파삭하고 바삭한 파이지였다. 씹으면 파스스 부서지고 버터향이 가득한 파이지였다. 파삭한 파이지가 부서지고 나오는 달콤한 커스터드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 달콤한 사이로 은은히 퍼지는 시나몬향은 정말이지 향긋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존재하는구나! 기억이 미화한 맛을 뛰어넘는 맛이 또 있었구나.
"우와! 진짜 찐 맛있다! 진짜, 한국에서 먹는 거랑 비교가 안돼...!"
나는 욕망을 이뤄 달콤했던 것일까,
그때 먹은 에그타르트가 진짜로 맛있었던 걸까?
가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