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안녕하길
인천공항 터미널에서 탁 트인 창 밖을 바라본다. 때마침 푸른 비행기가 활주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짧은 순간 달렸지만 고개를 들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어딘가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녕하길.
생각도 허공에 떠오른다.
지인의 죽음으로 시작한 내 삶의 스케치가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첫 페이지에서 그린 ‘끝’은 생의 단절이었다. 그러나, 슬픔 섞인 젖은 숨결과 기쁨의 환호성 사이, 혼란스러운 마음과 벅찬 환영 사이, 그리고 때때로 세상을 향한 한숨이 뒤섞이며 짧지 않은 1장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그라드는 삶을 연명하기 위해.
다시 돌아본다.
어느새 저 멀리 언덕 뒤로 넘어가는 너의 죽음을.
이제는 시선을 끌어안는다. 긴 호흡 끝에 드디어 나의 죽음을 바라볼 용기를 얻는다.
푸시킨 <나의 묘비명>
여기 푸시킨 고이 잠들다. 어린 뮤즈와 함께 사랑과 함께 즐거운 시절을 보냈던 고인은 착한 일은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영혼은 선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었다. (1815)
내 인생을 축약한 글이 부고라면,
묘비명은 한번 더 우려낸 부고리라.
그것은 나를 나타내는 문장이다.
내 묘비 앞에 선다.
푸시킨이 썼듯, 나 역시 내 묘비명을 쓰리라.
여기 허사이 고요히 잠들다.
이유를 모른 채 울고 웃다 역사의 소모품으로 충실히 살던 고인은 만족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삶을 고민했다.
그것만으로, 나은 사람이었다.
행여나 뒷면이 허락된다면, 몰래 적으리라.
내 피와 살 모두 자연에 반납하니,
맡겨둔 영혼 돌려받습니다.
참 어렵더군요.
다시 한들, 더 잘할 자신은 없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