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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 Jul 01. 2021

잠 못드는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일 때면 내가 벌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잠 못 이루는 밤은 신이 사랑의 독대를 청하는 것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만, 그보단 잔뜩 심기가 언짢아진 신이 내게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기분을 떨쳐내 버릴 수가 없다. 

그럴 때 나는 양을 세듯 내가 모르고 지은 죄 내가 알고 지은 죄를 하나 둘 열거해 본다. 

그러다 보면 잠이 더 달아나고 만다. 몰라서 지은 죄는 모자라서 싫고 알고서 지은 죄는 한심해서 싫으니. 나는 더럽고 눅눅한 똥기저귀를 찬 어린아이처럼 나 자신이 못 견디게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이때 겸손하고 신실한 욥과 같은 자라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잠잠히 신의 긍휼을 구할 것이다.

주여,

...... 

그러나 나는 부득부득 이가 갈린다. 빌어먹을. 이 모두가 태어났기에 겪는 일이다!

나를 이토록 불완전하게 만들어 놓고 완전을 갈망하게 만드는 이가 누군가?

나를 이토록 불만족스럽게 만들어 놓고 범사에 감사하라고 훈계하는 이가 누군가? 

쏟아지는 원망은 매를 곱절로 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 아버지는 내가 매를 피해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매를 버는 선수처럼 아버지가 든 회초리를 고스란히 다 맞는다.

나를 이토록 똥고집으로 만들어 놓고 회개하라고 하는 이가 누군가? 

나를 이토록 외골수로 만들어 놓고 외롭게 만든 이가......

 


Otto Dix, Baby With Umbilical Cord,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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