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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 Nov 17. 2022

되풀이

간 밤 꿈속에서 나는 어느 늙은이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다. 

어제 내가 보낸 문자가 충분히 예를 갖추지 않아 송구스롭노라고.

그러나 실은 잘한 것은 생각지도 않고 번 소홀한 것만을 문제 삼는 고약한 늙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늙은이라도 없으면 앞으로 내 삶은 곤궁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것이다. 다급해진 나는 어제 내가 보낸 문자가 충분히 예를 갖추지 않아 송구스롭노라고 그의 뒤종종걸음으로 쫓으며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렸다. 

결국엔 늙은이 마저 영영 잃어버리고... 줄 끊어진 풍선처럼 공중 위로 붕 떠올라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쳐 겸연쩍어진 단 하나의 눈동자를, 나 따위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눈동자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별안간 엉덩이를 까고 한 덩이의 똥을 눴다. 

그리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아무렴 어때, 아무렴 살아야지.


김나리, 뭉게구름을 이야기할 때, 2022, Hand-built Earthenware, 108x58x5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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