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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쓰 Dec 01. 2024

2023년에 내가 제일 잘한 일  

뜨거웠던 여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주변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글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피곤하고 바쁘다며 '집필 유예'의 근거를 댄다.

-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 p.55 -

1. 시작하기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다고 여겼던 시절

 23년 여름, 나는 머리속으로 그려보기만 했던 일을 해냈다. '에세이 쓰기 수업'에서 2개의 에세이를 쓰고 글벗들과 공유해 본 것이다. 성인이 된 후,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공유해본 '첫' 경험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승의 날 편지 쓰기 대회 같은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여러 번 있고 싸이월드 시절에는 그 시절 감성이 담겨있는(조금은 오글거리지만 혼자서 멋지다고 생각했던) 짧은 글도 막힘없이 잘 써왔기에,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저 마음만 먹으면,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저절로 되는 일이라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고 앉으니, 단 한줄도 제대로 된 그것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랬다. 나는 은유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쓰고 싶은 것' 뿐이었다. 글을 쓰기 위한 준비나 노력이 전혀 없었으며 어린 시절의 몇 가지 기억으로 근거가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2. 인생 첫 에세이 수업

 인터넷 서핑 중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된 에세이 수업은 본격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첫 걸음이었다.


'세종에 살고 계신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서대문구로 오셔서 수업을 참석할 수 있나요?'

'네, 참석가능합니다.'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에는 방법도 따라오는 법이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유연근무제 덕분에 나는 평일에 더 일하고 금요일 5시에 회사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면 수업에 참석할 수 있었다.


 에세이 작가로 활동 중인 정문정 작가님의 첫 수업은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어딘지 모를 열정과 작가님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몇 년만에 느껴본 낯설지만 설레는 느낌이었다. 작가님은 수업 운영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곧 바로 에세이 쓰기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에세이 쓰기에 대해 단 몇 분만의 설명으로도, 그간 내가 왜 글을 쓸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에세이 쓰기에 대한 단편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것이다. 내가 글쓰기를 진실로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알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몇 주간의 수업에서 2편의 에세이를 써보았고, 나의 에세이와 서로의 에세이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어보았다.  


3. 그래, 계속 써보자  

 약속했던 몇 주간의 수업은 끝났고, 작가님의 추천으로 글쓰기 모임이 만들어졌다. 한 달에 한 번, 글쓰기와 합평이 가능한 몇 명은 일 년 넘게 에세이 쓰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의 모임인데, 갈 수 있는 날도, 가지 못하는 날도 있다. 글을 완성하기도, 완성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꾸준히 함께 본 책이나 영화, 영상을 고르고 함께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며 글을 공유하였다.

 그 사이에 글쓰기 모임의 단통방은 나의 메신저 최상단에 고정해 놓은 최애 단톡방이 되었다. 좋아하는 책과 글귀도 공유하고, 좋은 소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23년에 제일 잘한 일은 '24년에도 이어지고 있고, '25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25년에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을 더 자주 보내보고자 한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나의 언어와 마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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