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에서
‘수레바퀴 아래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분의 ‘데미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때가 되면 읽는 나의 인생책이고, ‘싯타르타’는 작년 처음 읽고나서 역시 인생책이 되었다
법정스님과 로맹가리의 책들과 함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번부터 윌라에는 고전명작이 업데이트 되고 있는데, 한참 자기계발서를 읽던 나는 고전을 뒤로 두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낀 걸지도 모른다
최근 조급했던 나는 구체적 방법을 명명백백하게 제시한 책을 주로 읽었더랬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고전은 읽을 여유따위 없이 경주마처럼 허울을 좇아 달리려고만 했겠지
그런데, 듣기 시작한지 몇십분도 채 되지 않아 그토록 사랑하는 작가님의 책을 ‘내가 왜 이런 다른 사람의 상상 속 세계를 듣고 있지’ 싶어졌더랬다
문제가 심각했다
그래서 만 1일간 책을 듣지 않고,
리디북스로 몇년째 읽고 있던 ‘관계의 심리학’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수레바퀴 아래서’를 듣기 시작했다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나의 무의식이 귀신같이 피한 장면과 맞딱뜨렸다
그의 자전적 소설,
그가 경험한 그의 어린 삶
날개가 꺾이고, 지속적으로 상처받아 한없이 땅으로 꺼진 영혼
그 흐름이 어쩐지 나의 어린 시절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힌딩거라는 친구의 죽음
구체적으로 묘사된 겨울의 얼음이 살짝 얼어붙는 연못에 빠져죽은 그의 죽음은
내 동생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주검의 손을 쓰다듬는 대목에서 나는 찢어질듯한 고통을 느꼈다
7살이었던 나는 동생의 사체 조차 볼 수 없었다
그가 어딘가에 너무 어려서 무덤조차 만들지 못한 채 묻혔다는 것
그리고 죽은 사람의 물건은 태우던 풍습에 의해
그의 물건과 사진은 태워질거라는 말을 들은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부모님 몰래 사진첩을 꺼내 그가 나온 사진 몇장을 숨겨두었다
그리고 힌딩거의 죽음이 한스에게 미친 영향
모든 번뇌
오늘은 한스가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난 대목에서 멈췄다
여간해선 다 읽고 난 후 쓰겠지만
오늘만은 예외이다
나 역시 나의 치유를 위해서 계속 뭔가를 쓸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데미안 보다도 먼저 이 책을 읽었다면
나도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