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교류만으로도 참 힘들게 사는 내 삶은 행복할 수 있다.
어느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모든것이 충분히 주어진 환경을 제공하고, 오로지 타인과의 소통만은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결핍된 상황에서 소통을 가능하게 한 집단과의 비교에서
소통을 제약 당한 실험군은 수명이 확연하게 줄었다고 한다.
온갖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본디 '인간'이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상호 간에 도움과 교류를 통해 살아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버드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는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타인과의 소소한 교류라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낯모를 사람과의 소소한 교류가 절친한 관계와의 교류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난 8월 나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인해 승모근이 뭉치고, 타이핑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손과 팔, 그리고 목이 아팠다.
코로나19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나는 근처 경락 마사지 샵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꽤 오래 전부터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거나, 일상의 이야기를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경락을 받으며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다.
네일 샵을 가거나, 헤어샵에 가거나, 어딘가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그토록 수다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유
상처받지 않을 만큼, 그 관계가 멀어져도 괜찮은 적당한 교류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최소한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가까운 사람과의 감정 교류는 오로지 따뜻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낯모를 사람과는 그런 교류가 가능하다.
혹은 즐거운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경우, 친밀한 사이보다 감정 소모가 적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받은 작은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교류만을 하게 된다.
그러니 사람과의 교류가 주업이되는 일이라는 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가게 점원의 사소한 인사 하나만으로도 그날의 하루는 밝아진다.
IT 종사자로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로봇이 일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당신은, 그게 누구이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인생을 가볍게 살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필요 이상으로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이야기에 진지하다.
인생을 가볍게 살 수 있었다면, 내 삶은 좀더 편하게 잘 풀렸을 거라는 걸 나 자신도 알고 있다.
안탑깝게도 나는 모든 것에 과몰입하고, 과도하게 열정을 쏟으며, 과도하게 무력해진다.
누군가가 인사로 던진 '밥 한 번 먹자'라는 이야기 조차도
순간 나의 뇌에서는 자동반사로 나의 일정과 해야할 일들의 목록을 스캔하고, 언제가 괜찮을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맞다. 나는 참 삶을 힘들게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건 나의 정체성이다.
나의 기질이며 특징이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좋게 말하자면 '진정성 있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쓸데없이 예민하고 피곤한 사람'이다.
그런 나라는 사람의 특질을 누군가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땐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내 자신이 백퍼센트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수도 없이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고, 사람이 두려워지는 때도 있었으며
어딘가 외딴 곳에 홀로 있고 싶은 경우가, 그러니까 사람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바꾸려고 애쓰던 그때,
'깃털같이 가벼운 존재'가 되기위해 나를 가장하며 많은 사람들 속에 속해 있을 때,
극심한 공허를 느꼈다.
공허보다는 고독이 좀더 멋지다.
오만가지 경우의 수로 태어나, 오만가지 상황에서 자라온 각각의 인간은 성향과 기질이 모두 다르다.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다.
당신 역시 그렇게 생긴 사람이다.
타인의 삶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는,
이 생에서 이렇게 사는 경험을 하기 위한 거니까.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가 될 지언정
내가 개구리임을 거부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