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Dec 05. 2017

회사와 개인의 적절한 관계는?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 가! vs 네가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 가?

1. 관계는 만병의 근원


모든 스트레스는 관계에서 온다. 관계가 없는 대상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지금 당신이 이름만 떠올려도 이를 악물게 되는 사람도, 당신과 연결된 관계가 아무것도 없다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못한다. 당신이 치를 떨 만큼 싫어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길을 가다 마주쳤다고 하여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저 지나고 나면 그만이다. 


회사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된 장소인 이유는 그곳이 관계의 집합소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불구덩이처럼 뜨겁거나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그 공간 자체가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다. 나아가 회사에서 맺어진 관계는 자의로 조절하기 어렵다. 하나의 작은 부서에만도 5~10명가량의 사람이 있다. 그들 모두 나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친 관계를 제공한다. 그리고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운 사람들은 모두 스트레스의 대상이다. 이들과의 관계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일단 내가 이 업무는 좋아하니까, 나는 그대로 있고.
이것 봐요 홍길동 대리님, A부서로 옮기세요.
김길순 과장님, B부서로 가 주세요.
박길동 차장님은 회사에서 나가주세요.


내가 사장 아들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상상이다. 우리는 저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쾌락을 누리다 꿈에서 깬다. 그러고선 회사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엔 불구덩이가 아니라, 사람이 있다.




2. 흔히 언급하는 잘못된 예


관계는 때론 왜곡을 낳는다. 회사라고 명명된 공간에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유독 목소리가 크거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 왜곡을 이끈다. 그들은 회사와 개인을 대척점에 둔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이분법에 빠진다. 


1) 한쪽 면에는 회사를 강조하는 시선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예다. 실업률이 높아 취직이 힘든 경우에 이런 시선이 득세하기도 한다. 외국의 예를 보면 경제성장기에 돌입하며 좋은 직장을 얻으려는 청년들이 몰릴 때도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너 아니면 우리가 쓸 사람이 없는 줄 알아? 
(= 너 말고도 우리 회사 온다는 사람 널렸어.)


회사의 관점이다. 감정을 빼고 이를 표현하자면 "회사가 너를 고용한다."라고 할 수 있다. 회사가 있음으로 해서 개인이 있다거나 개인은 회사를 통해 완성된다는 입장도 넓게는 이에 해당한다.



2)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개인을 강조하는 시선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보이는 예다. 기업이 사람을 얻기 힘든 경우에도 볼 수 있다. 또는 역량이 높은 개인들이 종종 입에 올리기도 한다.


나 아니면 이 일이 될 것 같아요?


개인의 관점이다. 역시 감정을 빼 보면, "내가 회사를 위해 일을 해 준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회사가 나를 고용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회사를 위해 일을 해 주고 있는 것인가. 정답은 그 중간 즈음에 있을 것이다. 


왼쪽이 개인, 오른쪽이 회사라고 하자. 1)과 2)를 도식화 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3.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대부분의 고용자들은 회사가 우리를 고용한다고 말한다. 좋은 기업일수록 회사가 이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 말은 불문율처럼 퍼져나간다. "여기만 한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참아.". 그러나 이런 소리를 들으며 관계를 참아나가던 이들은 잠 못 드는 밤 손에 놓지 못하던 휴대폰에서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본다. "내가 제공한 노동력에 상응해서 급여를 당당하게 받는 건데 왜 회사보다 낮은 입장에 처하나요?". 우리는 다시 한번 괴리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내일의 출근을 애써 부정해 본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이런 식이다.

① 대부분의 구성원이 회사와 개인의 괴리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늘 참으라는 소리만 들려온다. 언제 어떻게 세상이 나아질지 보이지 않는다. 

② 외국의 사례나 선진기업의 사례가 들려오지만 남 일 같기만 하다. 내가 살아가는 세대 안에 우리 회사에도 좋은 관계 개선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③ 회사에서 남을 괴롭히고, 해악만 주는 존재가 되레 회사 입장을 대변한다. 실상 그들은 회사를 위한다기 보다는 개인을 위해 회사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인 것을 알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다. 




4. 정답은 계약(또는 거래)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는 분 중 글을 유독 탐독하게 되는 분이 있다. 그분은 정당한 거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만큼의 값어치를 주고받는 정당한 거래 관계가 당연해지는 것이 더 나은 사회임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나는 회사와 개인의 관계도 여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없으면 개인이 죽는 것도 아니다. 회사는 필요에 의해 개인을 고용하고, 개인은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대가를 받는다. 물론 그 거래 이후에 개인도 회사도 발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케이스이며 회사는 그 사람이 기여한 가치만큼 값어치 평가를 더 해줘야 할 것이다. 만약 회사가 필요로 하는 크기 이상으로 인재가 커버렸을 경우에는 그 사람은 다시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 물론 그를 한결 높은 가치로 평가해 줄 시장이 존재해야 함은 당연하다. 


개인과 회사는 동등한 거래의 상대방이다. 긍정적인 경우, 둘 다 가치가 증대된다.



흔히 이런 얘기를 하면 노동시장의 유연화나 직업의 안정성과 연결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치적 방향성을 떠나, 여기서의 핵심은 가치중립적인 '계약(거래) 존중의 문화'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일단 상호 계약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첫 번째다. 


계약이라고 할 때, 법적인 계약서를 꼭 떠올릴 필요는 없다. 핵심은 "상호 대등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고용자와 피고용자로서 입장이 대등해야 한다. 고용자가 되는 순간 갑질을 횡행하는 것은, 피고용자의 삶 전반에 고용자가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용자와 피고용자는 계약상 언급된 그 부분에 한해서만 영향력을 미치며 이에 관해서는 서로가 갖는 발언권이 대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직원을 먹여 살린다는 시선을 버려야 한다. 물론 회사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법인격이라는 형태로 존재하지만 회사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 일부 구성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런 말로 주변을 흐리는 사람들이 우리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다.




5. 개인은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조직이 바뀌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이 바뀌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갑질 문화에 대한 공론화, 저녁이 있는 삶 강조, 야간/주말 업무지시 금지 등 모두 주변적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대등한 위치로 놓이게 해 주는 일들이다. 좀 더 간접적이지만 좋은 일자리 만들기, 청년 실업난 해소 정책 등도 이와 연관이 된다. 


정치적인 것 말고 내가 당장 직장에서 행할 수 있는 실천방안은 없을까? 작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① 수동적인 해결책 : Job Description


부서에서 각 구성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이다. 소위 R&R (Role & Responsibility)을 분명히 하는 효과가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이외에 불필요한 일들을 담당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에만 묶이면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닫아두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② 중간적인 해결책 : 업무 자원하기


업무에 자원하는 것이다. R&R을 능동적으로 정하는 경우다. 열린 문화를 가진 회사라면 이런 자원을 근거로, 고과나 연봉에 대해 협상을 할 수도 있다. 고과나 연봉에 대해 언급을 못하더라도, 업무와 연관이 없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③ 적극적인 해결책 : 발언하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발언하라. 투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발언을 하라는 것이다.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발언하라는 것이다. 


회의실이든, 부서 내 면담이든, 회식자리든 발언하라. 감정을 배제하고 중립적으로 발언하라. 상대가 사장님이든, 부장님이든, 후배든 발언하라. 올바르게 발언하라. 그래서 당신의 가치를 그들에게 인식시켜라. "쟤는 센 놈이야."라는 평은 나오지 않게 예의는 갖추자. 대신 "쟤는 나름의 생각이 있어."라는 인식이 들 정도면 된다. 핵심은 이거다. 회사의 대척점에 개인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서 내가 여기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 가장 쉬워 보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발언하기다. 예를 들어, 부서 내에 Job Description이 없으니 만들자는 것이나, 내가 어떤 일을 하겠다고 자원하는 것 모두 발언하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선 범위를 아우르며 ③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에서는 가장 어려운 옵션이라는 것을 알기에, '적극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늘도 모든 직장인들, 파이팅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