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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8. 2017

직장에서의 감정표현, 독(毒)일까? 득(得)일까?

회사가 가진 제도를 기준점으로 삼기.

1.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다.


전제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이 모인 가족이나 동호회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이다. 그리고 일이라는 것도 사람이 행한다. 사람은 각자 가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일을 하더라도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작은 인간관계로 그것을 보면 '갈등'이라 부를 수 있고, 집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부적응'이라 표현할 수 있다. 


회사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가 아무리 고상한 것이라 하더라도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 조직이 크거나 비전이 너무나 선구적이라 외부에서 차입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언젠가는 돈을 벌어야 한다. 엘론 머스크의 비전이 뛰어나지만 모델 3의 양산이 늦어지고 있는 점에 많은 투자자가 우려를 표출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2. 기왕 돈을 버는 조직이라면, 구성원 간 관계가 좋은 것이 낫다.


경제학에 흥미로운 개념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선택을 분석할 때 미시 경제학에서는 보통 두 가지의 툴을 가져온다. 하나는 그가 가진 '예산'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선호'이다. 자기가 가진 예산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상품의 조합을 선택한다는 방식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선뜻 거부하기 힘든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이때, 예산선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본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집합' 자체를 키우는 것이 당연히 좋은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역시 반박하기 힘든 부분이다.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 창출된 조직이 회사라고 하지만 기왕이면 그 구성원 간의 관계가 좋은 것이 낫다. 똑같이 매년 100조를 버는 기업인데, A기업은 구성원 간 믿음이 없이 군대식 문화로 굴러가고 있는 반면 B기업은 모두가 단결해 각 구성원이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선다면 사장이든 구직자든 모두 B를 선호하지 않겠는가?




3. 그런데 기업은 참을성이 적다.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 이상향만 좇기엔 시간과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경영서에서 주장하듯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 간의 단합을 이끄는 교육 제도를 만들며 조직을 단결시켜 나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의 관계까지 신경 쓰면서 유연하게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명씩의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기업 구성원의 수가 n 명이라면 조직이 신경 써야 하는 관계의 수만 n x (n-1) x 1/2 이다. 직원수가 100명만 되어도 저 경우의 수는 4,950개가 도출된다. 하물며 2인 이상의 관계까지 고려한다거나, 2016년 기준 30만 명이 넘는 직원수를 가진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어떠하겠는가. 


그래서 기업은 제도를 활용한다. 제도는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적용된다. 조선시대 원님이 명령을 내리듯 상의하달식으로 집행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회사가 제도를 도입하고 직원은 제도에 적용된다는 뜻에 가깝다. 직원 간의 관계는 고용에 대한 제도에 묶인다.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나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명시적으로 직원을 해고를 하는 것이나 직원이 알아서 떠나가게 놔두는 것 모두 고용에 대한 제도와 연관된다. 경영학서에서 좋은 예로 언급하는 회사들은 고명한 비전으로 직원들을 뭉치게 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결국 제도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구성원의 관계나 감정을 도닥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제도라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당연히 참을성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4. 그렇다면 내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이 제도를 도입했다면 우리도 제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지 말고 변화시키자는 구호는 결국 제도를 바꾸는 움직임이다. 제도 자체를 바꾸고 싶은 사람은 그 움직임에 동참을 하면 된다. 다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제도 안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월 전략이다. 이를 정도에 따라 나눠보자.


     (1) 반드시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것


범죄, 폭언, 성희롱은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범위다. 얼마 전 현대카드에서 직원 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업 단위로 적극적인 규명을 하고 공표를 한 것이 좋은 예다.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먼저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활용했다는 것은 참고할 만하다. 


앞서 말했든 제도란 것이 있어 기업은 참을성이 적어진다. 하지만 제도란 것은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면 기업도 변화된 제도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라지만 구성원들의 감정에서 반드시 지켜줘야 하는 마지노선이란 것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직장이 먼저 '일벌백계'의 마음으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물론 제도를 활용하는 직원에 대해 보호를 하는 것도 직장의 몫이다. 범죄, 폭언, 성희롱은 직장을 좀먹는 악이다. 기업의 이미지를 신경 쓰며 직원의 입막음을 하다가 직장이 망한다. 



    (2) 개인과 제도 중간에 위치한 것


업무상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크게 두 가지로 또 분류할 수 있다. 상사/동료/후배의 성향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고, 업무 성격 자체가 내 성향과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의 성향이 맞지 않을 때는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직급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상이 상사라면 면담의 형식이 될 것이고, 동료/후배라면 그냥 대화 혹은 술자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술자리는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화자나 청자 모두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면담이나 대화를 할 때 나는 에두르기보다는 직접적으로 화두를 제시하는 편이다. 기업은 일을 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면담은 일을 위해 감정을 조율하는 목적이다. 그러니 불필요한 초입부를 과하게 삽입할 필요가 없다. 물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상태를 전제로 한다. 결국 직장도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바쁘신데 면담을 허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 xx 안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면담 시)

"바쁜 건 아는데, 지금 우리 상태가 삐걱거리는 것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대화 시)


명심해야 할 것은 면담이든 대화든 반드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쏟아내고 변화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고 섣불리 결론을 지은 채 덤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내 생각이 항상 옳을 수 없고, 내 감정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의견 교환을 하는 자리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현재 조직에 내재된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다.


만약 어느 선에서 감정이나 관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를 활용할 때다. 부서를 옮긴다든지, 다른 교육을 신청하는 것들을 말한다. 



     (3) 개인적인 것


편한 관계라도 스트레스는 생긴다. 불편한 면담이나 인위적인 대화가 아닌 편안한 방식으로 감정을 쏟아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는 개인적으로 풀면 된다. 간단하게 술 한잔을 하든지, 동호회에 가서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든지 하는 방식이다. 즉, 이 단계는 굳이 당사자를 대면하지 않고 다른 방면으로 풀더라도 다음날 출근해서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 해당한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스트레스가 다들 이 정도에서 그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5. 직장 내 감정 표현이 독인지 득인지 판단하려면 제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고 산다. 직장만큼 밀도 높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없다.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지만 감정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사람 대신 기계들로 채운다고 하여도 언젠가 기계들도 과열되고 고장이 난다. 기계가 느끼는 스트레스인 셈이다. 


개인은 무턱대고 "들이받아?", "퇴사해 버릴까?", "그냥 참고 사는 수밖에..."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개인이 힘든 방식이다. 개인이 힘들면 조직에도 좋지 않다. 창의력이 100인 사람이 스트레스 때문에 5밖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깝기 그지없다. 회사도 이런 측면에서 개인을 봐야 한다. "분위기를 흩트려?", "건방지게..."해서는 직장도 발전하지 못한다. 


회사는 제도가 늘 주변 환경 수준에 맞도록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개인은 회사가 도입한 제도를 감정 표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둘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둘 중 하나라도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조직문화는 단번에 일그러진다. 


다만 회사의 움직임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개인은 그 과정에서 적어도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기준이 제도다. 회사가 보장한 제도는 제도로써 풀고, 그 이하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풀지, 유사한 제도를 활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직무 변경이란 제도가 있는데, 상관에게 대들어 직장 자체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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