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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1. 2017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회사가 바라보는 최적 인력배치 : 비교우위.

1. 영원한 화두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 혹은 일을 하고 있는 중에라도 저 질문은 영원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 화두다. 어떤 일을 할 때 수익이 더 좋을지, 어떤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 하루라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 삶에서 일을 떼어 놓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 질문은 삶의 화두이기도 하다. 많은 책들이 이에 대한 조언을 한다. 각자의 관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 겪어본 느낌으로 다수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잘 하는 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일로 취미를 삼으라. 


괜찮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관점이다. 그 개인들이 모인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2. 유사한 개념 찾기


회사의 입장을 미루어보려면 조직관리론, 인적자본론 같은 책들을 봐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비교우위 이론으로 이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에서 국가 간 무역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으로 제시하는 바로 그 이론 말이다. 


비교우위란 내가 남보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분야를 뜻한다. 이 세상에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홍길순은 A 제품을 만드는 역량이 100, B 제품을 만드는 역량이 80이다. 반면 김길동은 A 제품 만드는 역량은 70, B 제품을 만드는 역량은 40이다. 절대적인 비교를 하자면 홍길순이 A와 B 모든 제품을 김길동보다 잘 만든다. 그렇다고 홍길순이 둘 다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것 즉, 홍길순은 B만 만들고 김길동은 A만 만들어 서로 남는 잉여분을 교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3. 직장 인력 운용에서 비교우위란?


회사의 인력 운영도 위에서 언급한 비교우위 이론과 정확하게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A 제품 대신 재무 역량, B 제품 대신 법무 역량을 대입해 보라. 회사를 경제, 회사원을 경제주체로 치환하면 홍길순과 김길동은 서로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나은 곳에 집중하여 각자의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런데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경제에서야 각자 집중해서 만든 상품의 희소성과 질에 따라 교환가치가 결정된다지만 회사에서 직원들끼리 주고받는 서비스는 어떻게 가치 평가를 해야 할까? 직장에서의 교환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고과와 승진이 직장 내에서의 가치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고과와 승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차등 부여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 회사에서 급여를 고과나 직급과 연동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들은 실제 '경제적 가치'와도 이어진다고 하겠다.


어떻게 인력을 배치해야 최고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4.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나요?


그럼 회사에서 배치한 부서에서 하달된 업무만 처리하면 될까? 업무 회의를 하는데 옆 부서 홍길순이 나보다 내 업무를 잘 알고 있을 때 느끼는 자괴감을 참으면서 말이다.


그렇지 않다. 회사는 경제학에서 다루는 단순화된 경제와 다르다.


   1) 경제 주체가 두 명이 아니다.


상대 우위에 따라 홍길순은 A 부서로 김길동은 B 부서로 배치를 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김길동의 역량이 회사 평균치에 못 미친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현실에서는 '추가 고용'이라는 수단이 있다. 자, 우리의 김길동은 이렇게 일자리를 뺏기고 말 것인가?


   2) 다행히 업무도 여러 개가 있다.


다행히 현실은 경제학에서 두 개로 단순화시킨 A, B 제품만 있는 게 아니다. A ~ Z 품목을 아우르는 영업, 재무/ 법무/ 기획 등 다양한 지원부서, ERP/ 인트라넷 등 시스템 부서 등 업무가 여러 개 존재한다. 


   3) 그리고 사실 인사 부서도 첫술에 배부르려 하진 않는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인사는 동기들 사이에서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인적 배치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배치되고 나면 그 인력들은 조정의 여지를 가진다. 첫 배치 시에는 동기들끼리 비교우위를 산정해야 하므로 고려 조건이 한정적이지만 배치가 되고 나면 전체 사원 간에서의 비교우위로 범위가 확장된다. 




5. 결론, 그래서 어떻게 하나요?


잘 하는 일을 앞세워라. 회사는 구성원들이 잘 하는 일들을 구성하여 그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려 한다.

   (마틴 셀리그먼이 말하는 '강점에 집중하기'와 유사한 맥락이다.)

내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업무를 꾸준히 찾아라. 쉽게 못 찾더라도 지속해서 고민하라. 

   (업무 상담, 멘토링, 순환 직무 등 쓸 수 있는 선택지는 생각보다 많다.)

③ 비교우위를 가진 업무를 찾았다면, 그것이 절대 우위가 되도록 노력하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전문가란, 그 영역에서 절대 우위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은요? 정말 취미로만 하나요?


좋아하는 일이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다르다. 일률적이 답이 나올 문제라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지 않겠는가? 


① 좋아하는 일이 지금 회사에 녹아들 수 있는 업무고, 내가 그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잘 하는 일로 바꾸어라. 그 일을 담당할 만큼 비교우위를 만들어라.

    (정말 좋아한다면 전문가 소리까지 들어보라.)

② 좋아하는 일이 지금 회사에 녹아들 수 없는 업문데, 내가 그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회사를 옮겨라. 창업을 하라. 단 혈실적인 고려를 잊지 마라. 절대로.

    (아무나 레고 조립만 하며 돈을 벌 수는 없다.)

③ 좋아하는 일이 지금 회사에 녹아들 수 없는 업무고, 내가 그것으로 돈을 벌지 겁나면,

     취미로 머물러라. 그리고 기억하라. 그 취미를 영위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월급으로 레고 한정판을 사도 된다.)





* 이는 꼭 직장인에게만 해당하는 글이 아니다. '일'이라는 것을 선택지 중 하나로 놓은 모든 고민에 적용 가능하다. 취업을 할지 진학을 할지 고민하거나, 육아에 전념할지 직장을 구할지 고민하는 것에도 동일하다. 내가 공부, 육아, 일 중 어떤 것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지 고민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공부, 육아를 수입원으로 확장해서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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