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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02. 2017

가장 좋은 스펙은 '끈기'다.

이것은 꼰대의 잔소리가 아니다.

1. 휴스턴 Astros가 월드 시리즈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첫 우승을 했다. NASA 관제센터가 위치한 우주 도시 답게 'Astros'를 팀명으로 하였으나, 우주는 커녕 하늘도 제대로 날지 못하다가 2017년 월드 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LA 다저스를 누르고 첫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1962년 창단을 한 팀이 2017년에야 첫 우승을 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야구를 잘 하지 못하는 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지나가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밑바탕을 보면 생각보다 곱씹어 볼 내용이 많다. 특히 회사에서 원하는 스펙과 연관해서도 말이다.

* 참고 기사 : http://sports.hankooki.com/lpage/mlb/201711/sp2017110212591795810.htm


2. 스펙은 나열이 아니다.


스펙을 정의내리기 쉽지 않다. '입시나 취업을 위해 필요한 조건' 정도의 풀이라면 어느정도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조건을 주어진 시간 내에서 극대화하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100% 스퍼트를 내지 않고 남는 시간에 놀았습니다!"라는 시그널을 좋아할 학교나 회사는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대부분 이를 나열한 목록을 늘이는 데 집중한다는 데 있다. 


'자격증 xx개에 학점이 xx인데도 취업이 안된다'는 내용을 가끔 뉴스에서 본다. 이것은 정확하게 '나는 키가 180cm가 넘는데 여자들이 안 좋아해요.'라는 말과 동치이다. 단지 차이라면, 후자의 말을 들었을 때는 '그래서 네 성격은? 외모는? 말투는? 몸무게는? 태도는?'이라는 반박이 바로 나오지만 전자의 내용을 접했을 때는 '어휴, 저런...'하는 정도밖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정도다. 


나열이 정답이 아닌 것의 반증을 댈 수 있다. 올해 25세인 홍길동씨가 자격증 9개를 가지고 xx 회사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1년새 더 준비해 자격증이 12개로 늘어난 26세에는 합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나열은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좀 다르다. 떨어지는 사람은 연겨푸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붙는 사람은 여러군데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3. 스펙은 스토리다.


스펙은 스토리다. 위에서 언급한 얘기들을 들으면 '학벌이 좋겠지...', '빽이 있겠지...'하고 반박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현실까지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 당신의 학교, 비슷한 수준의 친구는 붙는데 나는 떨어지는 그런 학교나 회사가 있다. 바로 그 친구와 당신의 차이를 얘기하고픈 것이다. 


그 차이를 결정하는 인자 역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스토리를 가졌는지' 여부다. 나는 취업을 처음 준비했던 시기 지원했던 모든회사에서 떨어졌다. 다행히 장교 제대 전 조금 미리 넣은 원서들이라 몇 개월 뒤 공채기간 또 있을 것이라 시간적 여유는 좀 있었다. 그래도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괜찮은 직장으로 취업을 성공한 군대 선배가 생각이 나 무턱대고 헬프를 요청했고, 그는 간결한 한마디로 내 미래에 빛을 비춰 주었다.


"어떤 질문에든, 서론-본론-결론을 적어야 해. 그리고 그 내용은 ① 어떤 일이 있었고 ② 나는 해결하려 무엇을 노력했고 ③ 그 결과 나는 무엇을 느꼈다(배웠다)가 되어야 해. 자기소개 항목 중에서 단 3줄만 적으라고 한 질문에도 3줄 속에 저 3단계가 들어가 있어야 해."


그 뒤 나는 한군데를 제외한 모든 회사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직장을 관두고 이직을 할 때 역시 한군데를 제외하고는 접수한 원서를 모두 통과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 언급한 '한군데'는 두 해 모두 동일한 회사였다.)



4. 3단 논법과 같은 마술을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 저 조언을 해 주었을 때는 그 형도 고작 입사 1~2년차였다. 나 역시 저 3단 구조로 턱하니 붙은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회사에서 일을 5년 넘게 해 보고 후배들 교육도 하고, 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을 보다보니 저 3단 구조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좀 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끈기'였다. 


새내기들 (학교든, 직장이든)은 생기발랄하다. 재기도 넘친다. 마치 그들은 바로 임원으로 발탁되기 위해 온 것처럼 행동한다. 회사 전체의 운명을 짊어질 거래를 하고싶어 의욕에 불타는 것이다. 그러면 지나가던 선배들이 (대부분 애정을 담은 채로) 들릴 듯 말 듯 말을 한다. "좋을 때다."


(나는 저 말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냥 그들은 그들이 가진 시선과 지식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지금 우리대로 맞게 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지금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운 것 같은 투의 말투라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것이 핵심이 아니므로-)


새내기들은 자신이 가진 무기가 '젊은 열기'와 '창의력'이라고 말한다. 주로 그렇다. 그러면 나는 반문한다. '열기는 어떻게 증명할 것이며, 당신이 창의적인지 무엇으로 증명합니까.' 대부분은 우물쭈물 얼버무린다. 게중 의욕 넘치는 이는 가끔 대답한다. '업무를 하며 보여드리겠습니다!'. 꽤 괜찮은 대답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① 그 의욕을 얼마나 유지하느냐 ② 창의적인 도전이 고꾸라졌을 때 포기하지 않느냐 ③ 창의적인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직급까지 버틸 수 있느냐 등.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끈기'다. 


저 3단 구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끈기가 묻어날 수 있다. 문제가 주어졌는데,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으며 (성공했든 실패했든 간에) 그 결과 이런저런 것을 깨달았다. 즉,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5. 꼰대가 아니되기 위하여.


그래서 내가 하려는 말은, '회사생활이 힘들어도 참고 버텨라!' '언젠가 너도 웃을 날이 온다!'라는 류가 아니다. 그냥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격증을 10개 딴 것을 내세우고 싶은가? 그것을 따느라 잠도 못자고 고생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그것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가? 때론 중요할 때일 수록 힘을 빼는게 도움이 된다.


왜 그 자격증을 따게 되었는지 부터 설명을 해 보자. 만약 아직 취업 준비 전이라면, 머릿속에 담고 있는 자격증을 왜 지금 공부하려는지부터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남들 다 딴다니까 따는 자격증은 역으로 얘기하면 그만큼 변별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이 필수적으로 제시하는 요건은 맞춰야 한다!) 그 공부를 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지를 적어보자. 자격증을 취득했든 낙방했든 그 과정에서 뭔가 느낀 점이 있었는가? 자격증 하나 땄다고 그 분야 전문가가 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보여주는게 '진짜 전문가'들 앞에서 되레 더 효과가 있지는 않을까? "음, 나도 그랫었지."하는.


내가 고시에 수차례 낙방을 한 뒤 뒤늦게 내 머릿속을 때리던 학원 선생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성적은, 시험에서 네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출제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에 달려있다." 물어보지도 않은 B~Z까지를 박사수준으로 나열해 보았자, A를 물었을 때 a라도 대답하는 이보다 점수가 높을 리가 없는 것이다. 회사는 (필요한 최소 조건 이상의) 자격증을 따와 달라고 얘기한 적 없다. 다만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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