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네 개가 있다. 사실은 염탐용(?) 겸 비밀 메모를 적는 계정까지 합하면 총 다섯 개.
이 비밀 계정은 그냥 모든 글을 삭제하고 탈퇴 신청을 걸어 두었고, 이달 내에 사라질 예정이다.
하나는 필름 계정, 하나는 일상 계정. 다른 하나는 그림 계정이고 마지막 하나는 한 달 동안 임보했던 고양이 폴이의 아가시절 사진과 영상을 모아두었다.
고양이 계정도 마지막까지 올리고 나면 본 계정으로 팔로하고 로그아웃해 둘 생각이다.
그럼 이제 세 개. 내 사진과 일상, 그리고 그림.
그림 계정은 제일 최근에 만들어진 계정인데 일상 계정에 올리기도, 사진 계정에 올리기도 애매해져 버려서 새로 만들었다.
언젠가 출근길에 각 계정에 뜬 알람을 끄기 위해 연동되어 있는 계정 목록을 띄웠는데 약간의 현타가 왔다.
'아이디가 왜케 많은 것인가... 귀찮다...'
압구정역에서 회사로 걸어가는 길지 않은 시간에 도달한 생각은 '내가 숨기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런가?'' 하는 것이었다.
들키고 싶지 않아서는 아닌데 몰랐으면 좋겠다는 부끄러운 기분도 있고, 잘 하지 못하니까 당당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 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실력으로도 잘 벌어먹고 살던데. 나는 왜 이러누...
어릴 때 눈치를 너무 보고 커서 그런가.
스걸파에서 모니카가 세상은 나대는 사람들이 이끌어 간다는(???)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언제나 뭔가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어딘가에 발목이 잡히는 소극적인 나에게는 그 말이 꽤 깊이 있게 기억에 남았다.
작년에 스냅을 시작해 보고 싶었는데 코시국이라 못했다. 아닌가 재작년인가.
아무튼 몇 년 전에 두세 번 스냅을 찍었는데 그때도 역시나 참 어려웠지만 기분은 좋았는데.
핑계도 좋았다.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디렉팅을 하는 게 너-무 민망해서 시작하는 데에 있어 큰 걸림돌이었는데 티 안 나게 숨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촬영해 보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사라져갔다.
올해는 서브 스냅을 촬영해 보려고 한다.
본식 서브 스냅인데... 아무래도 서브는 내 핸들링이 거의 필요가 없으니 덜 부담스럽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단 두 부부의 본식 서브를 진행해 보려고
신청을 받아 예약해두었다.
3-4월까지 6팀 정도는 찍어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웨딩북이 잠잠하다...?
요즘은 나 때보다 할인율이 적어져서 그런가, 커뮤니티 활성화가 잘 안된 느낌.
인스타그램 계정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여전히 고민이긴 하다.
계정을 하나로 합칠까. 아니면 그냥 이렇게 가야 하나.
사진 계정은 외부 유입 사라진 지 3년이 흘렀고;;;ㅋㅋㅋㅋ (머선일이고...)
이상하게도 나는 꼭 터지기 직전(?)에 잘 안되는 것 같다. 점 보러 가야 하는 거 아니가....
일상, 사업, 사진 계정을 한 계정에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 사람들이 존경스러운 지경이다.
귀찮아서 하나만 하는 것인지 자신감이 넘쳐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나에게는 멋있어 보여...
나는 왜 내가 하는 것에 당당하지 못한 걸까?
나도 오은영 선생님한테 상담받고 싶은 기분이다.
올해 내 목표는 본식 서브 스냅 많이 찍기 (될까..)
그림은 잘 그려보기.
사실 회사 그만두면 뭔가 하고 싶은 일들이 좀 더 있긴 한데 그건 나중에....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못 할 수도 있으니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