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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lash Sep 02. 2022

보편 한 독립

어렸을 때 산울림의 김창완 선생님이 한 예능 토크쇼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진행자가 그에게 어떻게 아주 오랜 시간 아침 라디오 디제이를 하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는 매일매일에 똑같이 흘러가는 삶이 주는 엄청난 안정감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 학생이고 자유를 더 꿈꾸는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학생으로서 반복되는 일상은 그때 당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였으니까.

그 이후에 아마 십 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거다. 이제는 직장인으로 써 살아가는 나는 그 말이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있다. 머릿속이 아니라 가슴에 남아있다. 어렸을 때의 그 말로 인한 충격과 어린아이가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깊이 간직한 그 이야기를 나는 내가 직장인으로서 반복되는 생활을 몸소 체험하며 그 말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출근의 모습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 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는 내 하루의 루틴이 시작될 때이다. 늘 건강하진 않지만 먹는 아침과 커피로 나는 그 전날 바라던 행복을 매일 즐길 수 있다.


하루에 모습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 나는 그 안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다행스러워하며 의지하고 있었다. 사람과 공간과 돌아오는 계절들이 어김없이 찾아올 때 오는 묘하고 강렬한 안도가 있다.


어릴 적 내가 감정에 복받쳐,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버거워, 내가 마주하는 것들이 두려울 때면 나는 늘 엄마를 찾았고 엄마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 한마디로 나는 늘 녹아내렸고 나는 무의식 속에 늘 그 말에 기대고 살았다.


자기 관리로는 내가 아는 끝판왕인 아버지는 본인의 일로 가족을 걱정하게 한 적이 없으시다. 아버지에게 하는 부탁이나 요구에는 늘 걱정이 없었고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며 더 깨닫게 된다. 그 보이지 않는 커다란 어깨에 나는 늘 기대고 있었다.


이제는 하루에 처음과 끝을 혼자서 다 책임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말들과 마음들에 기대기보다 내 하루에 당연한 것들에 그리고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게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살아간다. 당연한 것들을 계속 이뤄지게 하는 것 부모가 짋어 주었던 짐을 이제는 내가 짊어지는 것. 나의 인연들과 당연한 말들과 행동들로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것 더 이상 가족에서 만의 나가 아닌 사회 안에서의 나로서도 살아가고 있다.


모두 삶의 모습이  다를  있겠지만, 당연한 것들을 오늘도 이루었다면 오늘 그걸로 충분하다.

모든 걱정의 크기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오늘 겪고 지나간 행복처럼 지나가기를

모두의 내일이 다 다르게 그려지겠지만

내일도 당연한 것들에 무던한 하루에 반복되는 행복에 항상 감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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