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자와 환묘, 그리고 코로나 19

원래 어려운 일은 한 번에 오는 법이잖아요

by 글쓰는 최집사

2020년은 김여사에게도, 나에게도 잊지 못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아직 2020년이 시작 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일은 아무래도 건강한 줄 알았던 고양이 '유자'의 시한부 판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2순위 정도가 코로나 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이다.


너무나 고맙게도 급한 위기를 넘기고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유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밥을 잘 안먹어 속을 썩이고 있지만) 우리 곁에서 남아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녀석이 언젠가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일찍 고양이별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김여사는 올 해 51세. 본격적인 갱년기가 시작 된 50세를 넘겨 51세 새해를 맞이한 그녀는 여전히 육체적, 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인의 몸상태도 썩 좋지 않은 중에, 환묘를 포함한 세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불행중 다행인지 다행 중 불행인지, 코로나 19로 인해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에 폐쇄조치가 내려지면서 반 강제로 고향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김여사의 일을 덜어 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는 회사 일도 해야 하고, 집안 일도 해야 하고 고양이도 돌봐야 하는 3중고가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나는 이 달 말에 퇴사를 할 예정이고, 본래는 퇴사 후 4월에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며, 유자의 투병이며 한 달 살기는 불가피하게 미루게 되었으므로 고향집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 싶다.


환묘와 함께한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 보다 힘들다. 유자의 경우 큰 위기를 넘기면서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하기도 했고 보행에도 문제없이 화장실도 스스로 잘 가지만, 결정적으로 밥먹이기와 약먹이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건 이해하지만, 사료는 물론이고 이전에 잘 먹던 간식까지 거부하고 물만 마시니 집사로서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다. 집사들의 갖은 노력으로 겨우겨우 입맛이 살아나도 그게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살은 점점 빠지고, 공복이 지속되면서 공복토를 하는 녀석을 보며 우리는 할 수 없이 강제급여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에 없었다.


강제급여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젖병으로 밥을 먹이는 일도 쉽지 않은데, 거부가 심해 버리는 것이 반이고 또 시간마다 먹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먹다가 녀석 심보가 틀어지면 보란듯이 먹은 것을 다 게워내기도 한다.

남은 평생을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하는데, 하루 한 번 약 먹는 시간은 전쟁을 방불케한다. 누군가는 붙잡고, 누군가는 입을 벌리고 알약을 재빨리 목구멍으로 넣어주어야 한다. 유자가 기운을 차리면서 반항이 더 심해져 이제 혼자서 약먹이는 일은 상상도 못 하게 되었다.

먹고 나면 별 일도 아닌데 말이야. 살리려고 애쓰는 중인데 집사 마음을 몰라주는 유자를 보면 얄미운 생각도 들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김여사도, 나도 최대한 유자가 편할 수 있도록 돕는 중이다.


어쨌든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여사 혼자 환묘를 보는 일은 체력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아빠는 올 초부터 타지방으로 교육을 나가고 계셨고, 코로나 19가 심각해지면서 공무원인 김여사는 국가의 노예가 되어 주말도 없이 출근을 하는 중이다.

2주째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대책 회의에 주말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 하는 김여사는 피로감과 우울감을 호소했고, 고민할 것도 없이 대책은 내가 고향집에 머물며 고양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 뿐이었으므로 나는 유자가 아프기 시작할 무렵부터 부모님 집의 진정한 집사로 거듭나고 있다.


사랑하는 고양이의 투병은 그 자체로도 큰 슬픔이고 아픔이지만, 갱년기인 김여사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가는 듯 했다. 과중한 업무에 좋지 않은 컨디션,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다.

갱년기를 겪으며 눈물도 많아진 김여사. 언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유자가 고양이 별로 떠나가 있는 모습과 마주할까봐 두렵다며 눈물짓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도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내가 정말 힘 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누구보다도 더 밝고, 더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다. 집안일도 신나게, 재택근무도 감사하게, 곤히 잠 든 유자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으며 버티고 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제일 사랑하는 김여사와 우리 고양이들, 가족들을 위한 일이니까.

그래도 그간 떨어져 지내던 김여사와 꽤나 오랜 시간 붙어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 가족들은 나와 김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병원신세를 지거나, 어디가 심하게 좋지 않은 상태이다.

대표적으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그렇고, 아빠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심혈관 이상이 발견되어 다소 위험한 뇌혈관 시술을 받게 되셨다.

그리고 고양이 유자마저 투병을 하게 되면서, 김여사의 한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 19사태로 일주일간 밤낮 주말도 없이 근무하던 김여사가 우울조로 말했다.


"젊었을 땐 없는 형편에 너희 키우느라 고생했고, 너희 다 키우고 형편도 좀 나아진다 싶었는데 부모님 병수발, 남편 병수발, 심지어 고양이 병수발까지..."


아빠는 병수발이라고 하기엔 좀...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김여사에게 그냥 공감해주기로 했다.


"엄마가 고생이 많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할게."


"역시 딸밖에 없다. 너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거야."


김여사는 항상 나에게 사랑과 감사, 그리고 약간의 책임감을 함께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