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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Jan 18. 2021

카페 로봇

“면담 좀 할까요?”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사장님과 나는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장님의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좋은 일로 인한 면담은 아닐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장님은 카페에 자주 안 나오는 편이었다. 간혹 한 번씩 잠깐 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카페에 모습을 보일 때면, 잘 지내죠. 별 일 없으시죠. 하고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아주 가끔 바에 걸쳐 서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는데(손님이 없을 때), 그때는 예전에는 하루 종일 카페에서 일했다며, 하루도 쉬어 본 적 없다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한 순간도 가만히 서 있지는 않았어요.” 하고 말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던 사장님이 카페에서 일을 안 하게 된 계기는, 매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였다. 자동화 시스템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상업용 인공지능 로봇이었다. 로봇의 상용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었다. 인공지능 로봇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많은 곳에 도입되었다. 카페용 인공지능 로봇도 나왔는데, 프랜차이즈부터 개인 자영업자까지 자금의 여유가 있으면 모두 로봇 시스템을 도입했고, 인건비 부담이 큰 카페의 경우 모든 사장님들이 로봇 시스템을 꿈꾸고 계획했다.

말 그대로 로봇. 로봇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했다. 커피를 내리는 기술적인 부분부터, 디테일한 음료 제조까지 전부 로봇이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화 로봇 시스템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었지만. 4-5년 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건비보다 저렴했고, 커피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직원 관리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에서 적용 중인 서비스와 음료 제조에 대한 내용들은 로봇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자체적으로 습득했고, 그들 스스로 신 메뉴를 만들고, 상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음료를 서비스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카페도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서비스적 태도가 좋지 않다는 데이터가 많이 기록되었어요. 이런 말을 전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이제는 많은 직원이 필요 없어졌어요. 많은 부분에서 로봇이 대신해주고 있거든요.”

역시나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이런 장면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었다.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모든 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니까.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한 달 전에 도입한 로봇이 많은 데이터를 주고 있어요. 매장에 있는 카메라로 모든 손님을 관찰하고, 손님의 반응을 기록해요. 물론 제가 직접 보지는 않아요. 그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하지만 로봇은 볼 수 있죠.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감정을 기록해요. 게다가 사람들의 움직임도 기록해줘요. 사실, 이게 나쁜 의도는 아니에요. 아시죠? 저는 사장이니까.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거예요. 직원들이 얼마나 움직였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움직인 시간과 가만히 서 있는 시간. 그런 게 모두 다 나와요. 직원들의 서비스 기대 수치도 데이터로 나와요.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하는지 보여주는 수치죠. 이를 통해 사장인 저는, 조금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고, 더 잘 운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장은 내 얼굴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달까지만 출근을 해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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