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리스타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여기저기 카페를 알아보고, 고르고 골라 취업했던 첫 카페는 일 년을 다니고 그만뒀다. 그곳은 손님이 너무 많았다. 기계가 된 것처럼 일만 했다. 커피를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새로운 카페에 취직했다. 여기서 일 한지 구 개월. 곧 있으면 일 년이다. 작은 카페 이지만 좋은 사장님을 만났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나도 이제 바리스타가 된 지 2년 정도 되어간다. 카페 일에 많이 능숙해졌다.
이제 해가 바뀌면 서른이라 나도 서서히 창업 준비를 해야 한다. 나이가 차면서 창업 시장으로 언제 내몰릴지 모른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창업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다. 서서히 부동산 공부도 할 예정.
12월이 되고, 월급 180만 원이 들어왔다. 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들어온 월급을 정리했다.
월세 40만 원
전기, 가스요금 6만 원
카드(할부) 값 12만 원
핸드폰 요금 8만 원
한 달 식비 40만 원
교통비 7만 원
적금 20만 원
비상금 10만 원
생활비(+데이트) 37만 원
지금까지 20만 원씩 1년 정도 적금을 넣었다. 지금까지 260만 원 모았다. 그런데 말이지 이렇게 모아서 언제 카페를 차릴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니면서 열심히 모아둔 돈과 퇴직금도 있다. 합쳐서 1800만 원 정도.
카페를 차리려면 아무리 적어도 1억 가까이는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대출을 받아도 1억을 모은다는 게 현실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정말 까마득하다. 더군다나 대출 없이 가게를 차리는 게 좋다고 하는데. 흐음... 그렇다고 나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하, 내가 정말 카페를 차릴 수 있는 걸까?
이렇게 돈을 모으면 언제 카페를 차릴 수 있을까.
20만 원씩 1년을 모으면 240만 원. 5년을 모으면 1200만 원. 만약 월급이 올라가고 조금 더 절약해서 40만 원씩 적금한다고 계산하면, 40만 원씩 1년을 모으면 480만 원. 5년을 모으면 2400만 원. 턱없이 부족하다.
5년 뒤에는 34살. 모아둔 돈을 모두 합쳐도 4000만 원. 30대 중반에는 가게를 차려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 그런데 이렇게 계속된다면, 아무래도 결혼은 하기 힘들겠지. 만약에 하더라도 30대 후반이 되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할 수는 있을까. 그런데 다들 카페를 잘 차리는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나는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출을 받고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으면 총 1억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1억이면 나에게 적은 돈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돈이 아니다. 어쨌든 1억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투자금을 최소화해서 조금 후미진 곳에 작은 카페를 차리면, 보증금이 적고 권리금 없어서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카페를 오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람이 잘 다니는 길이 아닌데, 어떻게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게 한껏 끌어 모아 차린 카페인데 장사가 안되면 곤란하다.
얼마 전에 길을 가다가, 괜찮은 장소에 15평 남짓하는 좋은 매물이 나왔길래 부동산에 들어갔다. 보증금도 적고 월세도 적당했다. 하지만 권리금이 오천이라는 말에 말없이 나왔다. 권리금이 제일 문제다.
주위에 문을 닫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 커피로 돈을 벌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비관적인 태도로 바뀐다. 얼마 전에 전 직장 동료를 만나 술을 마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멋있고 부럽다고 한다. 자신도 회사 그만두고 나가고 싶다고 밤새 징징댔다. 그런데 그렇게 징징대는 동료가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뭔가 나와는 다른 고민 같아 보였다. 지금의 나는 벽에 계란을 던지고 있는 기분이다. 결코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일하는 가게는 손님이 많지 않다. 내 인건비 겨우 가져가는 수준이다. 내가 카페를 차리면 내 인건비나 가져갈 수 있을까. 암담하다. 점점 갈수록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기분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건 어디까지나 사실을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암울한 현실을 극대화한 이야기일 뿐이니, 모든 바리스타들이 이런 울적한 삶에 젖어 있다고 일반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활기차고 즐겁게 생활하며, 자신만의 요령으로 카페를 창업하고 멋지게 운영하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기분 좋은 이야기만 적고 싶은데 우울한 이야기를 적으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혼났습니다. 이야기만 해도 이렇게 우울한데, 실제로 그런 현실을 마주한 바리스타들은 얼마나 우울할까요. 모두 힘내세요!
요즘 세대는 결혼하지 않는다. 출산율이 떨어진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아닌데? 나는 결혼도 하고 싶고, 아기도 두 명은 낳고 싶은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 같더군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