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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Sep 30. 2023

엄마 마음은 어디서나 같아 2편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17-

브런치북 삼상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에 이어 게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eandkaesong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아내는 시계를 보며 늦지 않을까 초조했다. 아파트 단지가 커서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15분 정도면 동수네를 찾지 않을까 한다. 동수네를 방문하는 이유는 어제 동수 엄마의 갑작스러운 전화 때문이다. 얘기 나누고 싶은 게 있는데 내일이라도 방문할 수 있냐는 전화였다. 아내는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고위 간부의 여사에게 감히 이유를 묻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여러모로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아내 쪽이다. 동수 엄마가 사는 곳은 단지 입구부터가 거만했다. 큰 철창으로 된 문이 가로막아 방문예약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었다. 단지 안으로 들어가니 공원처럼 조성된 큰 놀이터와 분수대도 있어 그 주변으로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단지 시설로 보이는 건물 창가에는 주민들이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모습이 보였다. 번쩍번쩍한 대리석으로 외벽을 감싼 아파트 건물은 견고한 성처럼 느껴졌다. 남한 사람은 이런 곳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구나. 아내는 외부인처럼 보일까 되도록 두리번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수많은 책들로 둘러싸인 카페를 지나갈 땐 내심 놀랬다. 카페는 몇 번 가봤지만 단지 내에 대형 북카페가 있는 건 처음 봤다. 책을 좋아하는 아내는 카페 창가에서 차를 마시면서 딸과 책을 읽는 엄마를 곁눈질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편안함이 묻어 나왔다. 얼핏 미소가 얼굴에 그려져 보였다. 아이는 옆에서 조용히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따뜻한 남한 드라마에서 볼 법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남부럽지 않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은 아닐까. 항상 최선을 다 해 살았는데. 저번 남한 엄마들 모임에선 적어도 주눅 들진 않았는데 동수네는 이런 곳에서 남한 사람처럼 지낼 수 있구나... 아차 이러다 늦겠어. 아내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1024동에 도착하여 아파트 입구에서 동수네 호수를 누르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옆으로 스르르 열렸다. 동수 엄마가 알려준 대로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동수네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기 전에 옷매무새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살폈다. 어깨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없고... 오케이. 벨을 눌렀다. 띵동. 잠시 후 문이 열린다.

"일찍 오셨네요." 동수 엄마가 맞이한다.

"처음 오는 길이라 혹시나 해서요." 아내는 되도록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들어오세요. 오시는 길이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단지가 크긴 하지만 못 찾을 정돈 아니죠?."

"네. 말씀하신 대로 가니까 어렵진 않더라고요."

아내는 동수엄마를 따라 주방 쪽 응접실용 식탁으로 갔다.


"음료로 뭐 드릴까요? 커피나 차 드릴까요? 주스도 있어요." 동수 엄마는 자리로 안내하고 커피 머신으로 향했다. 커피를 마실 참인가.

"저도 커피 주세요." 


카페에서 보던 커피머신이 집에도 있었다. 동수 엄마가 커피를 내릴 동안 아내는 빠르게 집 안을 훑어보았다. 빛나는 대리석 바닥으로 덮힌 넓은 거실을 따스한 채광이 채우고 있었다. 큼지막한 TV는 벽걸이형인데 분명 유명 브랜드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천장, 벽, 바닥까지 화이트톤이어선지 더 넓어 보인다. 우리집도 이렇게 바꾸면 더 넓어 보일까. 하지만 색깔 문제가 아니라고 아내는 생각했다. 이런 고급진 분위기는 색깔 하나 바꿔서 될 문제는 아니다. 집 전체에서 나오는 분위기 자체가 이렇게 다르구나. 남한 가족들은 다 이런 곳에서 보내는 걸까? 나도 이런 곳에서...


"동수 아빠 건강 때문에 달달한 디저트가 없네요." 동수 엄마가 커피와 함께 쿠키를 가져왔다.

"아, 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는데 잘 먹을게요."


동수 엄마는 맞은편에 앉았다. 저번 학부모 모임 때보다는 덜 꾸몄지만 고위 간부의 여사는 역시다. 몸가짐에서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아내도 다시 한번 속으로 자기 자신을 체크했다.


"근데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을까요?"

"그냥 이것저것. 아영 엄마와 자식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그때 이후로 모임에 오시지 않더라고요?"


모임이 그 후에 또 있었나? 


"그게..." 아내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멋쩍게 웃었다.

"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속을 알 수가 없어요. 특히 남한 엄마들은 더 그래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뇨. 괜찮아요. 여사님과 다르게 저한테는 좀 안 맞는 곳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영 엄마가 보기에 저는 그곳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동수 엄마가 물었다.

"그게 남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게 아니라. 저희 집 형편 때문에 그곳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내는 조바심이 났다.

"형편..." 동수 엄마는 커피잔을 바라봤다.

"그래요. 자식을 키우려면 형편이 받쳐줘야죠. 그래서 우리 동수는 고작 남한의 대학이 최선인가 봐요."

"네?" 


아내는 커피잔에서 시선을 거두어 동수 엄마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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