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다녀온 이후로는 살면서 이렇게 긴 출국을 앞둬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이상하고 울렁거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마음이 복작복작하다. 지난주에는 2년간 정들었던 용산 라이프를 정리하고 오랜만에 모든 짐을 싸들고 본가로 들어갔다. 다행히 출국 전 회사에서 긴 휴가를 낼 수 있어서 정리하는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이사 전 날 조명을 받으러 온 효연이를 보고 울컥한 마음에, 괜스레 마음이 일렁여서 좀 힘들었던 이삿날이었다.
내가 너무나도 애정을 많이 쏟고 위로를 받고, 또 나를 씩씩하게 했다가 약해지게 했다가 하던 그 터전이던 자취방을 정리하니 이사 온 날과 동일한 텅 빈 집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입양한 안시리움은 잎사귀가 3개에서 지금은 10개가 되었다. 나도 그만큼 자랐을까? 멋진 붉은색 잎은 못 가졌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잎사귀를 자라게 하는 노력은 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인연을 만나 인생의 새로운 챕터로 들어갔고, 지연님을 만나 <나는 나의 1순위>라는 에세이 책을 냈다. 처음으로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직 준비를 하다가 도쿄로 이주까지 하게 되었다. 좋아하고 동경하던 남산타워를 원 없이 갔고, 밤 산책과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어 공부와 포트폴리오 정리를 시작하면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오랜 시간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짧은 2년이란 시간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나는 아마 결코 독립 전의 김다솔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느꼈다. 나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터라, 정말 좋았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렇게 나에 대해 공부하고 나니 나 스스로 많이 안정됨을 느낀다. 그동안은 친구와 일에 대해서만 알았다면, 이제는 친구와 일을 포함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 나의 취미와 관심사를 갖는 것, 앞으로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의 방향성을 잡는 일들. 인생에서 꽤 중요한 시기를 이때에 보낸 것 같아 용산 생활에 대한 마음이 더욱 애틋하다.
이 시기를 잘 마무리했고, 그다음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등이 궁금해진다. 그곳에서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도 궁금하고.
지금 시점에서 나에게 바라는 점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해보고 다른 문화도 흡수해보면서 그동안 나도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편견들이 깨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내 모습들. 책 읽고, 지식과 인사이트를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음악을 많이 듣고 디제잉을 연습하고, 혼자 카페에 가서 사색하고 정리하길 좋아하는. 그런 삶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신나는 생활들을 꾸려나가고,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고 금방 돌아갈 거라는 생각으로, 너무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매사에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행복하게 누리고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