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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 Sep 16. 2022

1. 서른에 일본어 공부?

7년 차 직장인, 갑자기 일본으로 이주하기  

재수도 아닌 반수를 거쳐 우당탕탕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스물한 살. 그 당시 내가 예상했던 서른의 내 모습은 던킨도너츠 슬로건에 나오는 "커피? 앤 도넛"을 양손에 들고 빌딩 숲속에서 사원증을 목에 딱 걸고 동료들과 프리토킹하며 일하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1. 미국으로 교환학생 가기 2. 대기업 취업하기였다. 법학과로 입학문을 열었으나 빨리 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 취업에 도움될까 싶어 여기저기 경영학과 수업에도 기웃거렸다. 그리하여 국제경영학과 조직행동론을 수강 신청해서 들으며, 노동법과 헌법도 D 학점을 받는 처참한 대학생활을 했더라이다. 


일찍이 법학 공부는 포기를 하고, 그 와중에도 제일 좋아했던 영어는 놓치고 싶지 않아 대학 내내 영어회화동아리와 고 3 영어과외도 하고 교환학생을 위해 눈물의 토플 80점의 문을 2번이나 두드렸다. (최소 80점은 넘어야 교환학생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학점은 진작에 포기했으니 대신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여러 서포터즈를 하고 24살에 겨우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작은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6개월 다녀와 바로 광고대행사와 전시 회사에서 10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인턴으로 일을 했다. 



처음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된 곳은 페스티벌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문화기획사였는데, 미국 교환학생이었다는 이유로 외국인 연사를 의전하는 경험도 하게 되었고 나이가 지긋하신 외국인 연사분을 모셨음에도 26살의 어리버리한 의전으로 온갖 불평불만을 들어 온전하게 완벽한 의전이었다고 말하긴 부끄럽지만 행사를 마친 후 연사분으로부터 같이 찍은 땀에 쩔어있던 사진을 메일로 받으며 한국에서 좋은 추억 고마웠다는 답장을 받은 그날, 그때 난 스물 한 살에 처음 예상했던 영어로 일을 하던 내 모습을 마주했다. 던킨도넛츠가 아니라 땀에 쩔어 행사장 입장목걸이를 걸고는 외국인 연사와 함께 어색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그 후 나는 계속해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직무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던 또 다른 문화기획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다만 나는 공연팀이 아니어서 어깨너머나마 보고 싶었음에도 해외 공연을 따라갈 순 없었고 그렇게 또 1년 반을 콘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3년차가 되어보니 당장 해외 출장을 따라가는 것보다 나에게 이제 시급한 것은 '어떤 직무를 선택해서 어떤 커리어를 밟아나갈 것인가.'였기 때문에 또다시 영어로 일하고 싶었던 나의 꿈은 멀어져 간다.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팔고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기획자로 지내면서 행복했지만, 수천 명 말고 내 옆자리 동료들을 위해 그들의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내가 콘텐츠를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기업문화 담당자가 되기 위해 엔터회사로 이직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21살부터 28살까지의 커리어 이야기인데, 왜 7년 차 직장생활 도중이던 서른에 갑자기 일본어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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