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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뉴런들의 투표로 지각(知覺)을 결정한다고요?

제프 호킨스, 『천 개의 뇌』, 이데아, 2022.


"지능은 세계 모형을 배우는 능력이다."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저자는,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지능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과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뇌에서 가장 새로운 부분인 신피질이 어떻게 작동하고, 지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천 개의 뇌’라고 명명한 새로운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신피질에는 15만 개의 피질 기둥이 있고, 각 피질 기둥에는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수백 개의 기준틀(모형)이 있다. 모든 지식은 기준틀에 저장된다. 다양한 경로로 감각이 입력되면, 수많은 피질 기둥이 투표를 통해 하나의 지각을 결정한다.”     


중반부에서는 기계 지능을 다룬다. 오늘날 AI는 진정한 지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진정한 지능을 가지려면 신피질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 모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즉 신피질의 역설계를 완료하여 그에 상응하는 구조를 실리콘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뇌와 지능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바라본다.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작동되는 오래된 뇌와, 세계 모형을 배우고 지능이 머무는 신피질의 연결방식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험과 돌파구를 논의한다. 



나는 제프 호킨스가 쓴 <천 개의 뇌>가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생물학적 지능의 작동방식과 인공지능 담론의 본질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신피질’의 특징과 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을 참신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능의 기본단위가 피질 기둥이라고 정의하는 부분과, 뇌 속에서 민주주의처럼 투표하고, 합의와 분쟁까지 일어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다.     


둘째, 현재 유행하는 인공지능 담론에 대한 균형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의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공지능은 아니며 결국 범용성 있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인공지능의 통제 불능 상황에 대한 위험이 과장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아래 내용은 저자가 말하는 초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우리는 기계에 세계 모형을 배울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기계가 배우려면 세계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서 그렇다. 지능 기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셋째, 지능의 미래에 관한 탁월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래된 뇌’와 ‘신피질’을 경쟁 관계로 설정하고, 이를 본능에 따르는 이기적 ‘유전자’와 이성을 따르는 ‘지식’ 사이의 투쟁으로 치환시켜 실존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논의하는 방식은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몰입감 있고 놀랍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실존적 위험이란, 인공지능이 아니라 오래된 뇌의 근시안적 행동과 틀린 신념의 결합에서 초래된다는 주장은 나의 편협한 시각을 반성하게 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이 책은 알려주는 정보의 양이 많다. 단순하게 책의 분량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설명하는 이론과 뒷받침하는 근거들의 분량이 방대하다. 둘째, 같은 개념을 서로 다른 장에서 다른 용어로 설명하다 보니 개념을 잡는데 어려워서 책장을 여러 번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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