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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뉴런 전체의 활동을 관찰하려는 원대한 계획

승현준, 『커넥톰, 뇌의 지도』, 김영사, 2014.


"당신은 당신의 유전자 이상이다. 당신은 당신의 커넥톰이다."  
 (커넥톰 : 신경계에 있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전체 )


세계적 뇌과학자인 저자는, 뇌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동료 학자들에게 새로운 과학 분야인 커넥토믹스(연결체학)를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연결 주의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우리가 뉴런에 관해 알고 있는 기초 상식을 떠올려 보자. 뉴런 내부에서는 전기적 신호인 활동전위(스파이크)가 흐르고,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에서는 화학적 신호가 흐른다. 그러면 정신이란 정말 뇌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사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저자는 이런 생각에 반대하며 뉴런들 사이의 연결을 강조하는 연결 주의 학설을 강조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놀라운 구상을 밝힌다.     


“만일 내가 당신의 뉴런 전체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무엇을 지각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해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중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커넥토믹스(연결체학)에 관해 설명한다. 커넥토믹스를 위한 도구의 발전을 시작으로, 커넥톰을 해독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효용이 있는지를 차분하게 설득한다. 특히 커넥토믹스가 기존 뇌 과학 연구와 상충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를 시냇물의 흐름과 바닥의 존재로 풀어내는 방식이 참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며 항상 변하는 시냇물의 흐름(뉴런들의 활동)과, 좀 더 안정적이며 천천히 변화하는 시냇물의 바닥(연결의 총체)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상충되지 않는다.     


후반부에서는, 뇌의 보존을 통해 영원히 존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트랜스 휴머니즘’에 관해 설명한다. 냉동 인체 보존술과 정신 업로딩은 전통적으로 자주 논의됐던 사례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커넥토믹스의 관점에서 여러모로 탐구한다.



나는 승현준이 쓴 <커넥톰, 뇌의 지도>가 뇌 과학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 커넥토믹스(연결체학)의 개념과 발전 방향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뉴런들의 활동이 일어나는 경로를 모두 추적하여 생각을 읽어 내겠다는 발상이 새롭고 야심 차기 때문이다. 특히 새들이 노래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일을 사례로 들면서 커넥톰에서 기억을 읽어 내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다.    

 

“새들이 노래하는 동안에 뉴런들이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순서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새가 노래할 때 (특정 영역) 커넥톰에서 재생되는 활동의 순서를 추측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노래의 기억을 읽은 것에 해당한다.”   

  

기억은 생각이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이란 기억을 바탕으로 구성된다고 가정하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위의 사례는 분명 생각을 읽어 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유전체학과 연결체학(커넥토믹스)의 전망에 대한 비교가 인상 깊다. 게놈은 우리 DNA 속에 있는 뉴클레오타이드들의 전체서열이고, 커넥톰은 신경계에 있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전체를 말한다는 주장. 유전체학은 결정되어 있고 한계가 분명하며 비관적이지만, 연결체학에서 커넥톰은 평생에 걸쳐 변화할 수 있으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비교는 핵심을 찌른다.     


셋째, 어려운 개념을 쉬운 사례와 친근한 어조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림과 사례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나타나고, 어려운 개념이 등장할 때마다 나타나는 감성적인 비유는 저자의 주장에 몰입하게 만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커넥토믹스의 목적은 뉴런들의 연결경로를 모두 밝혀서 생각을 읽어 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경로를 알게 된다는 것이 생각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과 어떤 관계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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