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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현실을 만드는 놀라운 뇌

리사 펠드먼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더퀘스트, 2021.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뇌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뇌가 존재하는 이유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쉽게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뇌의 존재 이유와 뇌 신경계 네트워크의 특징을 설명한다. 특히,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생물학적 자원들을 언제 써야 하고 언제 저축해야 하는지를 늘 헤아리면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주장은 참신하다.    

 

중반부에서는, 뇌가 적극적으로 세상을 예측하며, 그러한 예측이 행동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전투에 투입된 군인이 막대기를 든 열 살짜리 소년을, 소총을 든 어른 게릴라로 보는 것이 정상일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정상일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기억을 재구성하여 불러오고, 재구성된 기억과 현재의 감각정보들이 섞여서 행동하기도 전에 '예측'을 결정짓는다. 예측이 결정되면, 행동이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감지로 이어진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무언가를 감지하고 그다음에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 반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행동은 내일 뇌가 내놓을 예측이 되며, 그 예측은 자동으로 당신이 앞으로 할 행동을 끌어낸다."  

   

후반부에서는, 뇌가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주목한다. 우리는 모두 인간의 뇌 속에만 존재하는 사회적 현실에 살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 현실이란, 우리가 물리적인 것에 집단으로 새로운 기능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국가'나 '지도자' 같은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현실을 만들고 공유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뇌 피질의 배선은 압축을 가능하게 하는데, 압축은 추상화를 가능하게 한다. 추상화는 매우 복잡한 뇌가 물리적 형태가 아닌 사물의 기능을 기반으로 유연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예측은 '의사소통', '협력', '모방'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 현실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나는 '리사 펠드먼 배럿'이 쓴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 뇌 과학의 이해를 높이기를 희망하고, 뇌 과학 이론을 미래 연구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할 만한 뇌 과학 개요를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뇌가 왜 필요하고, 어째서 지금의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며, 이러한 핵심 주장과 세부 주장이 조화롭게 연계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뇌에 대한 통념을 전복시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뇌가 환각을 잘 일으켜서 우리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믿게 한다는 주장과, 매우 빨리 예측해서 신체감각이 감지하기도 전에 행동하게 만든다는 내용, 그리고 뇌가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미래학 연구에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래란 '가능성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풀어쓰면, 미래는 현재 시점에서 인식할 수 있고, 발생 가능한 상황들이 모인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뇌가 현재를 재구성하고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셋째, 스토리텔링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놀랍도록 쉽고 잘 읽힌다. 마치 전문가가 일반인을 위한 책을 쓴다면 이렇게 써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좀 더 심화한 연구결과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 놓았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좀 더 깊게 알고 싶었던 부분이 축약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저자는 아이디어의 근원과 참고문헌을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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