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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뉴런에서 태어난 전기신호의 여행

마크 험프리스, 『스파이크』, 해나무, 2022.


“스파이크들은 예측이다.”     


시스템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뇌 신경계의 활동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뉴런 사이를 돌아다니는 전기신호인 ‘스파이크’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스파이크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소통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데 우리가 인간 특유의 활동을 하는 것은 뇌에서 스파이크들이 수다를 떠는 덕분이다. 스파이크는 뉴런 내외부의 전위 차이로 발생하는데, 막 전위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이 바로 스파이크다. 스파이크의 장점은 확실하다. 화학적 분자 방출을 통한 메시지 전송보다 1,000배 빠르다. 여기서 메시지는 있거나 아니면 없는 것, 즉 1과 0의 이진법을 따른다.     


중반부에서는, 스파이크의 여행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맛있게 보이는 쿠키를 예로 들었는데, 쿠키를 보고 집어 들기까지의 2초를 포착하여 스파이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하나의 새로운 스파이크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스파이크 군단,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고의로 스파이크 전송에 실패하는 일, 전체 뉴런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암흑 뉴런의 존재에 관한 설명은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후반부에서는, 뇌가 스파이크들의 속도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설명한다. 첫 번째 방법은 병렬계산이다. 뇌 전체가 하나의 방대한 병렬계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송에 실패하는 스파이크들이 많아, 일부 스파이크들의 속도가 좀 느려도 보완된다. 두 번째 방법은 자발적 스파이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발적 스파이크를 이용하면 뉴런을 외부세계에 더 빠르게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마크 험프리스’가 쓴 <스파이크>가 뇌 신경계의 활동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스파이크의 개념과 최신 연구결과, 그리고 생성부터 소멸까지 이르는 이동 경로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스파이크의 전송 실패를 뇌 속의 의도적인 잡음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학습과 검색이 잡음에 의해 대폭 향상된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뇌가 의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잡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한다. 특히 인공신경망은 일반화에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잡음을 첨가하여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다.    

 

둘째, 자발적 스파이크의 존재가 예측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크게 와닿기 때문이다. 저자는 뇌에서 일어나는 스파이크들 대부분이 자발적 스파이크들이라고 말한다. 이 스파이크들은 외부 감각 입력이 없어도, 신경계 내부의 되먹임 고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이 하는 일은 예측이다. 이미 축적된 경험을 기초로 예측을 만들어 낸다. 정보는 이미 있으며 입력에 의해 교정된다. 이런 과정은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과 닮았다.    

 

셋째, 잘 읽히기 때문이다. 스파이크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일직선에 이르는 경로를 마치 내가 스파이크가 된 것처럼 따라가게 해 준다. 쿠키를 보고 집어 들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은 마치 영웅의 일대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가 끝에 언급하는 것과 같이 스파이크가 의식의 발생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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