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유동 May 06. 2024

뇌는 예측기계, 감각은 최선의 추측일 뿐

아닐 세스, 『내가 된다는 것』, 흐름출판, 2022.


"당신이 된다거나 내가 된다는 경험은, 뇌가 신체의 내적 상태를 예측하고 제어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지각과 의식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주관적 경험이란 무엇이고, 이것이 뇌와 몸에서 펼쳐지는 생물학적⸱ 물리적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의식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접근법에 관해 설명한다. 의식의 수준, 즉 얼마나 의식이 있는가를 주제로 뇌사상태에서 환각 상태에 이르기까지 이를 과학적으로 유의미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반부에서는, 의식의 내용이 무엇인지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밝힌다. 저자는 뇌가 예측 기계이며,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감각 입력이라는 원인에 반응해 뇌가 만든 ‘최선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세상과 자기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다. 

 

후반부에서는, 인간이 아닌 것. 동물과 의식 있는 기계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의식과 지능의 구분을 기초로 지능이 많지 않아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지능도 의식 없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오늘날 인공지능 담론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완곡하게 비판한다.     



나는 ‘아닐 세스’가 쓴 <내가 된다는 것>이 지각과 지능, 인식과 의식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의식의 본질과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현상학적 속성을 기능적⸱ 행동적 속성과 비교하면서 개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의식을 사고하는 철학 양식(물리 주의:유물론, 유심론, 이원론, 범심론, 신비주의)의 소개로 외형적 틀을 잡아 의식의 실재적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매우 논리적이다. 여기서 실재적 문제란 저자가 정리한 의식과학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둘째, ‘제어된 환각’ 개념이 참신하기 때문이다. 몸이 느끼기 전에 뇌에서 먼저 예측을 만들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와 섞여서 먼저 만들어진 예측을 수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예측오류 최소화’를 지향하고, 이를 통해 지각이 발생한다는 추론은 무척 참신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지각적 경험이 감각 신호가 아닌 예측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감각 신호를 그 자체로 경험하지 않고 그 해독만을 경험한다.     


셋째, 의식과 지능의 차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식과 지능을 혼동하는 경향이 왜곡된 렌즈를 통해 세상을 과대해석하는 치명적인 인간중심주의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과 지능을 분리하여 설명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나오는 뇌 오가노이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읽은 내용에 따르면, 뇌와 감각기관이 모두 존재하는 상태에서 의식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이해했는데, 감각기관이 없는 뇌 오가노이드에서 어떻게 의식의 가능성을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이전 08화 현실을 만드는 놀라운 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