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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의식과 감각, 그리고 느낌에 관하여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끼고 아는 존재』, 흐름출판, 2021.


“느낌과 외부세계에 대한 특정한 시각을 갖춘 마음에는 의식이 생긴다.”     


탁월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의식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의식이란 무엇이고, 의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각과 느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의식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간략히 설명한다. 의식에 관한 ‘어려운 문제’란 몸이라는 물리적 영역에서 분명하게 일어나는 과정이 어떻게 주관적인 경험을 생성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저자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감각(지각)-느낌-의식(지식)으로 설명한다.  

    

중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감각-느낌-의식’에 관해 설명한다. 항상성 유지, 즉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감각’이 생겨나고, 몸의 감각과 뇌 신경계에서 만들어 낸 지각적 표상이 상호작용 하면서 ‘느낌(마음속 경험)’이 만들어지며, 이러한 느낌들의 합으로 시스템 수준의 현상인 ‘의식’이 발생한다. 여기서 ‘느낌’이 중요하다. 이는 물리적 과정과 주관적 경험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해 줌으로써 전반부에서 이야기한 ‘어려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후반부에서는,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설명한다. 우리 마음의 내용물이 그 내용물을 담는 유기적 기질, 즉 뇌 그리고 뇌를 포함하는 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의식이 발생하는 과정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작용하는 완전히 혼성적인 과정이다.   

  


나는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쓴 <느끼고 아는 존재>가 의식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어떻게 마음속 경험과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물리적 메커니즘과 의식 사이를 ‘느낌’이라는 개념으로 이어 주기 때문이다. 짧게 정리하자면, 신경계는 시각이나 청각 등 감각 과정을 통해 외부세계를 지도화한다. 이는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인 외수용 감각이다. 한편, 몸 내부에서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우리 몸 내부기관의 지각인 내수용 감각을 이용한다. 각각의 감각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뒤섞여서 마음속 경험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느낌이다. 느낌은 결국 ‘어려운 문제’ 해결의 실마리 역할을 한다.  

   

둘째, 생명의 역사에 관한 통찰이 놀랍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명의 역사를 확연히 구분되면서도 연속적인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첫 번째 단계는 ‘존재’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느낌’의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앎’의 단계다. 이를 통해 ‘느낌’이 갖는 중요한 위상을 알 수 있다. 결국 앎(의식)이 성립하려면 중간경로에 ‘느낌’이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초인공지능의 맹점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기 때문이다. 지능은 마음 없이 존재할 수 있다. 마음 없는 지능은 유기체들의 반사작용, 습관, 정서행동, 경쟁행동, 협력행동 등에서 광범위하게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지능도 마음 없는 지능이다. 이런 지능은 한계가 분명하다. 인간과 닮은 인공지능이 가능하려면, 느낌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느낌을 가지려면 몸이 있어야 하고, 감각을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강인한 신체가 아니라 약화된 신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소프트 로보틱스’로 표현한다.    

 

한편, 알고리즘 또한 만능이 아니다. 저자는 이를 레시피에 비유한다. 레시피는 요리에 도움을 주지만 그 레시피가 요리 자체는 아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마음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해서 불멸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유기체 안의 살아있는 뇌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런 일이 레시피만을 컴퓨터에 전송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은 얇지만 상당히 난해하다. 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오죽 난해하면 역자 후기에서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개념을 잡기 어렵다. 개념과 개념 사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정동’에 대한 설명이 모호하다. 아마도 핵심 개념만 축약하느라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 어려운 책이다. (충격적인 것은 저자의 책 중 이 책이 제일 쉽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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