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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7. 2024

인공지능 담론의 최전선

맥스 테그마크 외,『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프시케의숲, 2021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유는, 기계가 점점 인간과 비슷해지고 인간은 점점 더 기계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공지능 분야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의 여러 가지 가능성과 위험에 대한 통찰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문제를 지적한 ‘주디아 펄’의 <불투명한 러닝머신의 한계>와 ‘대니얼 데닛’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흥미롭다. 펄은 딥러닝이 엇나가도 우리는 어디가 잘못됐는지, 어디를 고쳐야 할지 단서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속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충고에 따라 사람들이 생사가 달린 문제를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데닛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공의식을 가진 에이전트는 필요 없다. 일을 해결할 자연의식을 갖춘 인간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반부에서는, '맥스 테그마크'의 <자신을 구식으로 만드는 것 이상을 동경하라>와 '데이비드 도이치'의 <보상과 처벌을 넘어서>가 탁월하다. 테그마크는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창조하게 되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인데도, 왜 그 결과로 나타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지 지적한다. 한편 도이치는 범용 인공지능(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아이 양육에 비유하면서 보상과 처벌은 범용 인공지능에 독이 된다고 강조한다.


후반부에서는, '대니얼 힐리스'의 <최초의 기계 지능>과 '스티븐 울프람'의 <인공지능과 문명의 미래>가 인상적이다. 힐리스는 국가나 기업을 살과 피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초지능'이라고 부르며 기계 초지능과 하이브리드 초지능의 관계를 몇 가지 시나리오로 풀어낸다. 한편 울프람은 지능과 평범한 계산력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고 전제하며, 인간의 불멸성 획득이 생물과정을 통해 획득될지 아니면 디지털 과정을 통해 성취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필연적으로 이 과정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존 브록만'이 엮고 '스티븐 핑거, 맥스 테그마크 등 25인'이 쓴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독특하면서도 전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인공지능 서사와 통찰을 전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인공지능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들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25인의 생각이 모루 다르면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다. 지식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생긴다.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위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적 미래, 철학적 질문들, 예술가들의 생각, 사회와 문명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논의를 뻗어간다.


둘째, 존 브록만(엮은이)의 의도와 책의 구성방식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브록만은 윌리엄 스티븐슨의 시 <검은 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화를 예로 들며 25인의 석학에게 글을 의뢰한다. 사상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경험과 깊은 지식으로 인공지능 담론에 도전하는 방식, 인공지능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모자이크를 완성해 나가는 구성은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여러 의견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담론’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다양한 의견의 차이를 느끼면서도 통일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셋째, 잘 읽히기 때문이다. 각 장마다 저자의 연구 분야와 요약된 내용이 제시되어 있고, 어려운 수식이나 용어가 거의 없어서 읽기 편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서가 2019년에 출간됐다는 점이다. 5년간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코로나라는 거대한 변수를 놓고 저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을지 알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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