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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7. 2024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인공 생명' 아이디어

에이드리엔메이어, 『신과 로봇』, 을유문화사, 2020.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생명에 관한 탐구가 놀랍도록 뿌리 깊은 것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생물학적 존재와 만들어진 존재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고대 문화가 인공 생명에 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지구 위를 걸은 최초의 로봇인 청동 거인 ‘탈로스’가 등장한다. 탈로스는 크레타섬을 지키기 위해 돌아다니던 조각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침입자를 물리치도록 프로그래밍된 탈로스는 불사의 존재인 신들의 혈액 ‘이코르’가 흐르는 내부장치에서 동력을 얻었으니, 일종의 안드로이드 로봇이라 볼 수 있겠다. 탈로스는 마녀 메데이아의 심리전에 휘말려 죽고 마는데, 이 부분에서 탈로스가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중반부에서는, 피그말리온 신화가 언급된다. 어느 날 젊은 조각가는 자신을 위해 상아로 여인을 조각하고 자신의 조각상인 ‘갈라테이아’와 사랑에 빠진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인공 생명과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기계 인간 ‘탈로스’처럼 기계적 독창성이나 생명 모방 기계라는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갈라테이아’는 만들어진 생명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나타난 생명인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제우스가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헤파이스토스에게 의뢰하여 만든 ‘판도라’가 나온다. 생명이 있는 물질로 만들어진 판도라는 여러 신에게서 공예 지식, 정신, 언어, 위트, 그리고 행동을 시작할 능력을 부여받아 ‘인간 비슷한 기계’가 된다. 저자는 판도라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어떻게 위반하는지 설명하며, 고대 신화에서 고통과 죽음을 가져오는 데 쓰인 모든 로봇이 폭군 성향의 통치자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에이드리엔메이어’가 쓴 <신과 로봇>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생물학적 존재와 만들어진 존재 사이의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고대 신화 속 인공 생명과 오늘날의 인공지능 로봇을 대비시켜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 노화와 죽음 늦추기, 인간의 능력 강화하기, 자연 복제하기 등에 얽힌 가능성과 위험을 거듭 탐색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생물학적 존재와 만들어진 존재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


둘째, 오늘날 트랜스 휴머니즘이나 포스트휴먼 담론에 관한 이해를 심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해 강력해지는 인간이 점점 더 기계처럼 변하고, 로봇들은 인간과 닮은 요소를 점점 더 얻어간다는 통찰은 <공각기동대>에서 제기된 “몸도 기억도 가짜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떠오르게 한다. 


셋째,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다양한 미술작품 사진은 저자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리스 신화나 철학적 질문에 흥미가 없다면 지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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