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유동 May 07. 2024

예측의 값이 저렴해져도, 인간의 영역은 남아있다.

어제이 애그러월 외, 『예측기계』, 생각의힘, 2019.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가져다준 것은 지능이 아니라 지능의 중요한 요소인 ‘예측’이다.”


저자들은 기업가나 정책입안자처럼 전략을 수립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경제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영향력과 쓸모를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예측을 설명한다. 예측은 빠진 정보를 채우는 과정이고 ‘데이터’라는 기존 자료를 활용해 없는 정보를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예측비용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예측비용의 하락은 판단이나 행동 등 보완재의 가치를 증가시키고 인간 예측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예측할 때 기계와 인간이 드러내는 장단점은 확연히 다르므로 인간과 기계의 장점만을 고려한 효과적인 분업을 생각할 수 있다.


중반부에서는, 의사결정에 투입할 입력 데이터로서 예측의 역할을 설명하고,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의 구성요소인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측은 불확실성을 줄여 결정을 용이하게 하지만, 판단은 가치를 평가한다. 예측 기계의 핵심은 그것이 판단의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후반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사업전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 사업을 혁신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전략적 선택의 핵심을 나의 사업이 끝나는 곳과 다른 사람의 사업이 시작되는 곳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예측 전문 기업이 고객 기업의 ‘판단’ 영역까지 개입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의사는 데이터나 예측을 소유할 필요 없이 사서 쓰면 그만이다.



나는 ‘어제이 애그러월⸱조슈아 갠스⸱아비 골드파브’가 쓴 <예측기계>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과 미래 연구자들에게, 인공지능을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미래연구에 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트레이드오프’라는 균형 잡힌 관점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트레이드오프는 두 개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양자 간 관계를 말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무조건 좋다거나 무조건 위험하다는 극단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의 ‘관계성’에 주목하는데 이 점이 무척 공감된다.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프라이버시가 줄어든다는 뜻이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며, 자동화된다는 것은 통제가 줄어든다는 것임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둘째, 럼즈펠드 매트릭스를 활용하여 기계가 서툰 부분을 설명하는 부분이 미래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럼즈펠드는 ‘알려진 아는 것’, ‘알려진 미지의 것’,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을 말하는데, 저자는 럼즈펠드도 생각하지 못했던 ‘알려지지 않은 아는 것(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을 설명하며 이 지점이 예측 기계가 실패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미래예측에도 영역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미래를 포괄할 수 있는 사분면 또는 정육면체의 개념적 틀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셋째,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영역이 남아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예측의 값이 싸지고, 데이터가 많아져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보량의 증가라는 점. 오히려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인간의 판단이 빛을 발한다는 설명은 근거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예측과 판단을 구분하고, 인간과 예측 기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직무 재설계를 위해 저자들이 소개하는 ‘인공지능 캔버스’라는 도구가 어떤 측면에서 다른 방법과 차별화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이전 18화 인공지능을 지탱하는 피와 땀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